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콩달 Nov 28. 2023

주사가 늘었다.

#1-4_난임극복기

  3일 동안 주사를 맞고 병원에 갔다. 난포가 많이 자랐을까? 왠지 긴장이 된다.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 10시에 맞춰 병원에 오라고 해서 10시쯤 병원에 도착을 했다. 역시나 대기실이 만석인 병원. 생각해 보니 다들 10시에 맞춰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겠구나 생각이 들자 아침에 대기자가 많은 이유가 이해됐다. 역시나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졌고 첫날보다 여유가 생긴 나는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 신랑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람,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 젊은 사람, 나이 많은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대기실을 채우고 있었다. 그때 진료실에서 외국인 여성이 남편과 함께 나왔다. 앞으로의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테이블에 앉은 부부에게 간호사는 최대한 천천히,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한국말이 서툰 듯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신랑이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나 두려울까? 말이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의 병원진료는 정말 무서울 것이다. 게다가 산부인과가 아닌가. 타지에서 결혼을 하고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까지 오는데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생각하자 너무나 안쓰럽고 내 마음이 다 짠했다. 그녀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이게 난포예요. 그런데 난포가 많이 자라지 않았네요."

  초음파를 보면서 의사 선생님이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주사를 하나 더 처방할게요. 예전처럼 똑같이 주사 맞고 이틀 후에 오세요." 

  "네."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도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진료실을 나섰다. '아, 이런 거구나.' 기분이 저 땅끝까지 내려가고 말았다. 그리고 주사가 2개로 늘었다. 

  [고날-에프] 300ml에 [폴리트롭] 75ml 추가. 이제는 양쪽 배에 주사를 넣어야 했다. 주사가 하나일 때는 하루는 왼쪽 배에 하루는 오른쪽 배에 넣었는데 이제는 양쪽에 동시에 넣어야 했다. 수월하다 생각했던 주사 맞기는 점점 고난도로 바뀌어갔다. 


  이틀 후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자랐네요. 이제는 난포가 터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주사가 추가될 거예요. 난포가 자라는 것이 일정하지 않은데 먼저 큰 난포가 먼저 터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주사예요." 

  이번에는 주사가 3개로 늘었다. 

  [고날-에프] 300ml, [폴리트롭] 75ml에 [가니레버] 추가.  '이게 무슨 일이고?????? 주사가 3개???????'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간호사의 설명을 빼먹지 않기 위해 얼른 정신을 차렸지만 주사가 3개라는 상황은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같이 내원했던 J도 주사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사가 더 늘지는 않겠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내 머리를 J가 쓰다듬으며 "가는 길에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하나 먹을까?" 라며 화제를 돌린다. 우울한 내 기분을 달래주고 싶어 노력하는 그가 고마워 "응. 좋아." 하며 애써 웃어 보였지만 기분은 쉽사리 좋아지지 않았다. 주사가 늘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내가 난임시술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내 표정이 안좋아보였는지 J가 조용히 손을 꼭 잡아준다.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J와 함께여서 다행이다. 

  '그래, 힘내자. 벌써 지치면 안 돼.'라며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작가의 이전글 뱃살이 고마울 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