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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현 Dec 29. 2021

뇌 1.4킬로그램의 사용법을 읽고

뇌 사용에 관한 2가지 진리

뇌에 관한 2가지 진리

이 책은 "두뇌 사용법"이란 단어를 제목으로 가지고 있지만, 사실 사례를 예로 들고, 두뇌가 왜 그렇게 동작했는지 서술하는 방식을 담백한 시선으로 알려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두뇌는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깊은 수준의 이론과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서(특히 공감이 될만한 상황들) 평범한 독자들도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연구에 대한 바탕을 근거로, 두 가지 진리를 제시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함께 발화한 뉴런들은 함께 연관을 맺는다.


위 진리를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다.

"뉴런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지만, 같은 행동과 사고를 반복할수록 특정 연결을 더욱 촉진하게 되며 회로는 점점 단단해진다."



성공과 실패

이 책에 따르면 가난, 정신이상, 약물, 호르몬 불균형, 우울증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유함, 수용, 야채, 운동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뇌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고 두뇌 발달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실제로 경험, 생각, 행동, 정서는 두뇌의 구조를 바꾼다. 두뇌를 근육처럼 여긴다면 약해지거나 강해질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두뇌를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강렬한 경험으로도 뇌의 신경회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즉, 뇌는 놀라울 정도의 가소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훈련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고 말을 하고 있다. 한편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뇌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뇌의 가소성

이를 뒷받침 하는 사례로 자폐를 가진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를 한다. 그랜딘은 자폐증으로 일상생활이나 사람과 소통 같은 부분에서 문제를 겪고 있었다. 자폐증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증상 또한 매우 다양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외부 환경의 정보에 대한 처리를 뇌가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할 수 있는 것들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외부의 사건(이벤트)에 뇌가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이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 변화를 캐치하거나, 많은 이의 목소리가 가득한 매장 안에서 지인이 나에게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거나, 주변 분위기에 맞춰 웃는다던가 같은 행동들이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 중 하나 이상의 부분에서 발달 문제가 생겼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랜딘은 자폐로 인해 사람과의 소통을 어려워했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너무 멀면 대화가 들리지 않으며, 너무 가까우면 부딪치기 일수이다. 또한 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 될 때까지 적절한 속도로 상대방에게 다가가야 한다. 미친 듯이 뛰어가면 상대가 놀랄 것이며, 아주 천천히 가면 그 사람에게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랜딘은 세이프 웨이 매장의 문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거리 조절을 꾸준하게 연습했다고 한다. 문에 계속 부딪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또 거리 조절을 연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주변의 고객은 그녀를 이상한 시선을 내비쳤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에겐 아주 사소한 것조차 아주 힘겨워했던 그랜딘은 고된 훈련과 약간의 약물의 도움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니 오히려, 40이 된 지금 학위도 따고 멋지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뇌는 가소성을 지녔다. 상황에 맞춰 필요 없는 뉴런을 가지치기하고, 자주 사용하는 뉴런은 연관된 뉴런과 함께 발화하며 그 연결을 견고하게 갖추어 간다고 한다. 뇌신경 회로가 남아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그 신경 회로를 강화할 수 있다. 그랜딘의 경우가 그런 사례였다.


물론, 뇌가 훌륭한 가소성을 지녔다고 해도 아예 가지지 않은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완전히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죽어라 노력해도 시각을 담당하는 신경의 연결은 강해지지 않는다. 즉, 시력은 나아지지 않는다.

또 다른 예시로, 어린 아기의 뇌는 가소성이 아주 큰 상태라고 한다. 뇌는 시시각각으로 발달하고 있고, 주변 환경의 반응에 맞춰서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결을 강화하며, 사용하지 않는 뉴런은 가지치기한다. 그리고, 남는 공간은 필요한 정보처리를 위한 뉴런으로 가득 채워나간다.

가소성이 매우 큰 상태이기 때문에, 아기의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팔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신경의 연결이 빠르게 약해지고 결국 아예 소멸되어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자폐는 발달 장애에 속한다. 남들보다 정보 처리에 관한 능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신경회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랜딘과 같이 노력하면 얼마든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이 이야기에 신뢰성을 덧대어 보고 싶다. 나는 글재주가 없었다. 글을 읽는 것 또한 매우 어려워했다. 교과서를 읽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단어가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글 자체를 처리하는 능력과 집중하는 능력 또한 떨어져 단어를 읽어 뇌 속에 넣는 것도, 넣은 단어를 뇌 속에서 유지시키는 것도 어려워했다. 한 문장을 읽고 다음 문장을 읽을 때 즈음이면 이전 문장의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 수였다. 유년기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서 말을 할 기회가 또래에 비해 떨어졌다. 이것도 무딘 언어 능력 발달에 한몫했을 것이다. 


청소년기에 한 번은 화나는 일이 있었다. 큰 화가 나의 뇌를 가득 채웠다. 나는 왜 화가 났는지 주변에 알리고 싶었지만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소리만 질렀다. 내 감정 상태를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선택하지 못할 정도로 언어 관련 기능이 약해져 있었던 것이다. 성장 시기의 언어적인 뇌 발달은 매우 더뎠을 것이다. 예상하겠지만, 학창 시절 국어 성적은 바닥 중 바닥이었다.



허나 지금의 난 그렇지 않다. 하루 8시간 이상 책을 읽었고 내용을 정리했다. 정리하는 과정은 보다 더 세련되고 간결하며 정확한 단어를 찾아 조합하는 훈련의 연속이었다. 매 순간이 게임이었다. 뇌 속에 펼쳐진 단어를 적절하게 골라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게임을 훈련했다. 물론, 그 과정은 조금 고됐다. 처음엔 책 10쪽을 읽는데 4시간이 걸렸다. 즉 10장을 읽는데 8시간을 그대로 사용했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AMD의 라이젠 5000, 인텔의 12000번대의 CPU들이 즐비하는 시장 사이에서 저전력 아톰 CPU 노트북이 출시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의 뇌 성능은 저전력 그 자체였다. (아니면 전기만 많이 먹는 고물이었을지도...?)



여하튼, 그다음 일어난 변화가 더 중요하다. 첫 책을 읽은 다음 선택한 책은 처음 것에 비해 절반 정도의 분량이었고 조금 더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분량을 고려하더라도, 이전에 비해 무려 600% 의 속도 향상을 이룬 것이다(3개월의 1/12 시간). 점점 더,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글을 작성하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꾸준하게 연습했고 난 감히 지금 말할 수 있다. 나의 말하기 능력, 글을 작성하는 능력이 평균 정도는 된다고 말이다.



하라. 뭐든 괜찮다

하라. 어떤 분야의 일도 좋고 아주 사소한 일도 좋다. 우울증이 당신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면 매일 방청소를 하라. 정서(emotion)는 라틴어 어원 `emovere`혹은 `emotus`에서 유래된 단어로, `뒤흔들어놓다(stir up)`, `감동시키다(agitate)`/흥분하다(exite)`, `움직여 나가다(move)`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 : https://www.allreport.co.kr/search/detail.asp?pk=19181741&t=1&refer=https%3A%2F%2Fwww.google.com%2F)


단어의 어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주변 환경의 자극과, 움직임은 정서와 아주 관련이 깊다. 긍정적인 생각이 더 나은 뇌를 만드는 것만큼 인위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삶을 위한 훈련이 당신을 거듭나게 할 것이다. 이것이 당신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 안 되겠다면, 나는 감히 의사와 상담 후 약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 일단 약의 도움으로, 긍정적인 뇌신경 회로가 일단 한번 강해지면, 약이 없어도 이전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물론 중독성이 있는 약도 있다고 하니 꼭 의사와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매일 1시간씩 기술을 연습하라. 상상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도움은 된다. 훈련하라. 적어도 책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있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이 주장을 강하게 지지하게 되었다. 훈련하라. 뇌는 훈련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훈련은 뇌신경을 더더욱 강하게 이어주고, 배움의 근본이 되며 많이 반복할수록 완벽에 가까워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전엔 하고 싶지 않았던 훈련인 "독서", "연기", "노래", "운동"에 대해서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

책의 내용이 조금 어렵다. 뇌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책을 전부 읽어도 1/3의 내용은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리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 사례를 통해서 이해를 돕고 있다. 따라서 아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책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고 몰랐던 내용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나의 불행한 상황에 대해 보다 덤덤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흥분이 되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나는 보다 더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그 방법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공부해라!" 같이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결론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다방면으로 철저하게 분석함으로써 납득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뇌를 왜 사용해야 하는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나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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