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르메 Mar 23. 2023

미니멀라이프는 과연 신세계인가

이젠 때가 왔다

“집에 청소할 물건이 없으면 시간이 많이 생겨요.”

-어느 인터뷰에서 들은 말

(솔깃!!)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 여유 시간이 생긴다는 말.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전업맘은 솔깃하는 말.

책 읽고 돌아서면 청소의 압박에 감싸지는 날.


내 몸이 2개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물건들의 할 일은 바닥에서 데굴데굴 거리는 거였다. 집의 실질적인 주인도 그러지 못하는 일을 우리 집 물건들은 유독 굴러다니길 좋아했다.


’ 너희들 말이야, 우리 집 바닥에서 더 이상 데굴거리지 못하게 할 거야. 미니멀리스트라고 들어봤니? 나 마음먹었어!

우리 오늘부터 이별하자 ‘


’ 아니야~아니야, 내가 금방 필요해질걸? 나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야. 좀만 더 같이 있자~‘


‘내가 너희들이랑 몇 년에 걸쳐 살아봤지만, 특히나 너를 찾을 일은 없었어. 앞으로도 너 없이 잘 살 것 같아’


‘하루아침에 이런 결단을 내리다니. 아직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고 ‘


‘원래 시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더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어.

내가 잘 정리해서 재활용품코너에 보내줄게 ‘


’ 알았어, 받아들일게. 너의 미니멀라이프를 응원해.

나도 마음 정리는 끝났어, 그럼 오늘부터 시작이야?‘


‘안녕, 나의 쇼핑목록들아~’




궁금해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꿈꾸는 버킷리스트.

미. 니. 멀. 라. 이. 프


1. 나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구분하기.

2. 의도적으로 버려보기.

3. 설레지 않는 것은 앞으로도 설레지 않는다.

4. 위생적인 부분이 걸림돌이라면 버리면 된다.

5. 쓰레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6. 지금 당장 쓰지 않을 거면 버리기.

7. 아이들이 버려도 된다고 한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기.

8. 한 번만 더 가지고 있어 볼까 라는 생각 버리기.


대충의 이유들을 마음속에 붙잡고 방 여기저기를 들 쑤시기 시작했다. 큰 쓰레기봉투가 필요했고, 매 순간 결단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고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 는 이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물건 하나하나를 보며 올바른 선택을 해야 했다. 쓰레기봉투에 물건은 버리되, 결단력은 버리면 안 되었다. 첫날은 꽤나 잘 버렸다. 필요없는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이튿날도 잘 버렸다. 삼일째 되던 날까지도 야금야금 버릴 물건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버릴 물건들이 뭔지 알게 되고 더불어 나의 결단력의 민낯을 만났다. 나의 결단력 레벨은 /하/ 였지만 /중/정도로 박차고 올라왔다. 이로써 내일의 미니멀라이프는 오늘보다 조금 더 잘 할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나면 앞으론 뭘 해야 좋을지 눈앞에 펼쳐진다. 난 이로써 한 단계 더 현명한 사람이 되었노라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한 명이 현명해졌으니 나머지 가족들도 현명해지리라’ 기대해본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체력만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멘탈도 함께 약해진다. 이런 약해진 멘탈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별일 아닌 일에도 조바심이 나기마련이다. 특히나 청소 부분에서 정리 정돈이 안된 공간에 들어가면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상승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기 위해 버리고 또 버리는 중인 지금 느낀다. 버리는 과정만으로도 멀리 보는 눈이 생기고, 앞으로의 계획이 생긴다.


일주일차 미니멀리스트에게 제일 크게 와닿는 부분은 물건입장에서 자기 자리가 없으면 우리 집에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것. 자기 자리만 정해주면 그 물건들은 자리를 찾아서 집으로 들어가기가 쉽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기 위해 버려야 할 물건들의 기준을 만들었다. (분리수거, 버리기, 비우기를 하는 도중에 생각난 기준들)


기준 1. 주방물건:  최근 한 달 동안 쓰지 않았던 그릇은 일반쓰레기로 정리한다.

_혹시나 집에 손님이 오시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릇은 원래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무의식 중에 생각했다. 최근 5년간 그릇이 모자랄 정도로 손님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 5년간도 같은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안다. 만에 하나 대형 손님들이 오신다면 그땐 종이 그릇을 쓰기로 마음먹으니 비우기 쉬웠다.


기준 2. 화장실: 최근 두 달간 쓰지 않았던 청소솔은 버린다.

_청소솔에 달라붙어 있는 각종 세균들을 생각하면 버려야 한다.


기준 3. 책장 :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상황이나 이미 해결된 고민과 관련된 책은 분리수거한다.


기준 4. 의류: 작년 포함 재작년에도 안 입은 옷은 무조건 분리수거

_오늘 입지 못하는 옷은 내일도 못 입는다.


기준 5. 아이들 작품집 : 전적으로 본인들의 의사를 먼저 물어본다.

_한 학기 동안 찾지 않았던 작품들은 더 이상 찾지 않는다. 과감하게 버려도 된다. 절대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지 않는다.


기준 6. 이불 및 베개 : 갈색으로 변색된 베개솜은 버린다.

_변색을 확인하기 전에 최대 5년이 넘은 베개솜은 버린다.

세탁할 수 없는 베개솜에는 곰팡이와 세균이 많다. 2년에 한 번씩 갈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기준 7. 신발 : 세척해도 깨끗해지지 않을 것 같은 신발은 버린다.

_나중에 캠핑 갈 때 신게 놔둘까라고 말하고 5년째 캠핑을 가지 않았다.


기준 8. 화장품 : 샘플은 무조건 바로 쓴다.

_다음번 외출할 때 써야지 하고 놔둔 향수는 6개월째 방치되어 있었다. 그냥 집에서라도 쓰자.


기준 9. 전자기기 : 전자기기끼리 모아놓는 공간을 만들거나 박스나 파우치를 만들어두면 좋다.

_핸드폰 충전선은 중간 점검을 통해 충전이 잘 되지 않으면 분리수거한다.


기준 10.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수저 포크

_배민 앱을 삭제했고, 일회용 빨대를 쓰지 않음에도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수저와 포크는 어디선가 알음알음 생겨나고 있다. 몇 개만 두고 버려야 할지 아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비우기를 하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부분들도 생긴다.


기준11.비상식량 라면

_가족구성원이 4명이라면 라면은 4봉지가 적당한 양인것같다. (신상 라면 나왔다고 맛보려고 사고나면 라면이 굴러다닌다) 몸에 좋지 않은 성분들의 총 집합인 라면을 10개씩 가지고 있는 지금을 반성하며 라면은 항상 최대 4개만 가지고 있자고 결정한다.


정리 정돈 정말 못하는 엄마가 미니멀라이프를 위해 비우기를 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다. 이것이 10년이 넘은 육아 경험에서 생긴 걸지도 모르겠지만 미니멀라이프를 선택하고 행동한 이후 깨닫게 된 점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한 사항.!

며칠 청소를 안 해도 덜 지저분하다.


이상, 미니멀 라이프 초보의 하루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번성을 돕는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