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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르메 Apr 17. 2023

4일 차_당근에서 만난 레이스 커튼 주인

30일 비움 프로젝트


4일 차 비움 물품_레이스 커튼


”당근 거래로 비움 했어요. “

비움 선배가 조언해 줬다.


비움을 하며 알게 되었다.

비움은 나눔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거래를 위한 당근 앱을 켤 때보다 비움을 위한 당근 앱을 켤 때의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며칠 전 안 쓰는 물건들은 분리수거하려고 비닐에 넣어 현관으로 내놓은 물건들이 있었다. 그 물건들을 뒤적거리며 4일 차 비움을 위한 레이더가 발사되었다. 오늘 간택된 녀석은 하늘하늘 참으로 예쁜 레이스커튼이었다. 오래 간직하고 있어서 정도 많이 들었다. 그러면 뭐 하나. 한 번도 안 쓴 새물건인데, 앞으로도 안쓸, 나에겐 가볍지만 신경 쓰이는 물건인걸…


예쁜 레이스가 달려있어서 하늘거리는 느낌이 참 예쁜 커튼이었다. 누구라도 쓰고 싶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니, 떠오른 당근.  실 사이즈를 측정을 하고 당근 앱을 켰다.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을 매기고 판매 물품으로 등록했다.




“거래되시나요?

어디서 만나면 되나요 “

메시지에서 느껴지는 쿨한 느낌.

역시 싼 가격에 올려놓길 잘했다.

그렇게 1시간 만에 거래가 성사되고,

강아지를 키우시는 분이 레이스 커튼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주셨다. 나에겐 커피값이 생겼고, 그분은 강아지 집의 커튼을 구하셨다.


거래하는 과정이 약간은 민망하고 부끄러울 때도 있다.

돌아오는 그 길에 가벼워진 발걸음을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은 레이스 커튼의 안부를 생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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