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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르메 May 10. 2023

12일 차_킥보드 비움

30일 비움 프로젝트

"네가 킥보드 탈 아이구나~"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려다보였다.

아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준비 없던 말이 튀어나왔다.


어색하게 웃던 아빠를 보며 함께 어색해질 뻔했다.

보통 이런 거래는 굉장히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색하게 건네주고 건네어 받는 매력이 있는 당근거래.




오늘은 1호의 킥보드를 비웠다.

1호의 어린 시절 속 항상 함께 했던 킥보드를 2호와 함께 나누고 왔다.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반짝이는 눈을 하고는 아빠와 함께 손을 잡고 왔다. 킥보드를 보자마자 호기심 가득한 손이 핸들을 잡았다. 그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아기띠 한 엄마가 지켜보고 있었다.


‘아, 그랬구나~너희도 저맘때부터 킥보드를 탔어’

킥보드가 집 앞에 세워져 있을 땐 알지 못했던 그 작은 추억이 5살 아이와 함께 눈앞에 그려졌다. 그 아이가 1호, 2호가 킥보드 타는 모습을 기억하게 했다. 중고 거래는 이런 기억들을 상기 시켜주기도 한다.




비움을 하고 돌아와 소파에 잠시 앉았다.

(털썩 주저앉음)

‘오랜 시간 청소하는 것도 이젠 힘들다는 걸 인지한다. 동시에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초등학교 때 운동장 조회시간 중 양호실 가던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강철 체력의 소유자들이 그렇게 부럽다)

‘참, 4월까진 추운 계절이지? 이러다 5월엔 갑자기 더워지는 한국이었지?

(이런 소소한 것들을 모두 잘 기억하고 싶다. 기억을 잘 하면 미리 준비 하는 것도 잘 할 것 같다.)

잊고 있던 계절의 기억을 이제야 떠올린다.

(어디 외국 생활이라도 10년쯤 한 후에 떠 올리는 거면 좋겠다.)

4월이 어떤 온도의 계절인지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정신없이 3,4월을 보냈다.

(대부분 혼자 정신 없고 혼자 분주하게 바쁘다.)

3월은 새 학기라서. 4월은 비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나의 3.4월이 지나갔다.

(악~내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걸까.물어보면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곧 잘 가족들에게 전화가 온다)

나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지난 1년을 생각해 보면 큰 수확 2가지를 챙겼다. 서평 시작과 브런치작가 도전기를 해냈다는 걸 보면 나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중 인가보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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