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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르메 Jun 13. 2023

15일 차_가위 부자였다

30일 비움 프로젝트

안 쓰는 가위 한가득.

가위 6개 중 3개는 1년 동안 한 번도 안 썼다.

아무도 모르는 어두운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나는 가위 부자였다.





가위에 테이프가 묻으면 네일 리무버로 닦아서 쓰면 된다.

(나 때는 그랬는데, 요즘은 어떤지 정확하지 않음)

 그런데 그 아세톤이 없어서 방치된 가위들이 꽤나 있었다. 그렇게 내버려 둔 가위는 아세톤의 힘을 빌려도 더 이상 사각거리지 않았다.


가위질 좀 해본 여자는 안다. 가위의 본분인 사각사각 소리가 나지 않으면 흥이 나지 않는다. 가위의 의무이자 마땅히 가져야 할 본분인 그 소리. /사각사각/

그 소리가 나지 않으면 자꾸 새로운 가위가 눈에 들어온다.


“종이만 잘리면 되는 거 아니야?”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다.

가위에 테이프가 묻으면 뭔가 찜찜하다.

본분을 잊었으니 애착이 가지 않는다.


택배 열어볼 때 필요한 가위들만 따로 뺐다. 신발장에 넣어놓은 그 가위 외 아이들 준비물로 필요한 가위 한두 개만 두고 모두 비움 했다.


어두운 구석에서 1년간 쓰임새가 없었던 가위는 때를 기다렸다가 비움 당했다. 가위의 비움을 통해 배웠다. 비움은 이렇게 오래된 구석까지 손 닿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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