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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 Jan 12. 2023

엄마와 아빠로부터 배운 리더십

식당을 하는 엄마와 회사를 운영하는 아빠 사이에서 자란 나의 리더십


비교적 어린 나이에 리더라는 자리를 맡으며,

어떤 리더가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두 명의 리더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 명은 엄마, 그리고 한 명은 아빠다.


내가 지향하는 리더의 모습,

그리고 그 지향점의 출발선에 있는 엄마와 아빠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엄마의 리더십


엄마는 꽤 오랜 기간 식당을 운영했다.

외할머니가 하던 식당은 지역에서 꽤나 잘 되던 식당이었고,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요리와 운영을 배워 지점을 차렸다. 그때가 엄마 나이 서른 다섯 즈음이었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열 살, 스무 살 많은 이모들이랑 일 하며, 유연하게 사람 다루는 법을 익혔다.

기분 나쁘지 않은 언어로 자연스레 일을 시키고, 친근하게 대하여 뒤에서 말이 돌지 않게 했다. 특유의 넉살과 정으로 직원들과 끈끈하게 지내면서도, 선을 넘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에는 정확하게 지적했다.


엄마의 리더십은 스며드는 리더십이었다.

첫눈에 카리스마나 스마트함을 느끼고 따르는 리더십이라기보다는, 가장 편안한 사람이기에 믿고 의지했는데 어느새 보면 모두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고 신뢰하는 사람이었던,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리더십이었다.


엄마는 대신 울어주고 대신 화내주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잘 공감하고 누구보다 먼저 해결해주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주변에는 엄마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엄마는 이런 장점들 때문에 식당을 그만두고도, 이것저것 리더 역할을 많이 맡았다.

엄마는 여러 리더 역할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지만 항상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그럼에도 이건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할 거라고 했다.


엄마의 리더십은 공감과 헌신이었다.




아빠의 리더십


아빠는 내향적인 타입임에도 항상 친구가 많았다.

심지어 추석이나 설에도 전화 오는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어디냐? 골프 치러 가자.’ 아빠는 매번 가족들이랑 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까지 아빠 친구들이 아빠를 찾는 이유를 몰랐다.


작년 추석즈음인가, 가족끼리 캠핑을 하러 갔던 적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는 가족들이랑 있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엄마와 우리에게 말했다.

방금 전화 온 친구가 눈치 없이 캠핑에 따라와도 되냐고 했는데, 잠깐 오라고 해도 되겠냐고. 추석에 갈데없는 마음 쓰이는 친구라고 했다.

엄마는 이미 아는 분이었고, 나와 동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때즈음 아빠 친구분이 오셨다.


저녁에 우리 가족과 아빠 친구까지 다섯 명은 불 앞에 모여 간단히 술을 마셨다. 아빠 친구분은 취해서 말씀하셨다. 너희 아빠 진짜 좋은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고, 진짜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아빠의 리더십은 조용한 카리스마로부터 오는 리더십이었다.

어려운 친구는 생색내지 않고 도와주고, 틱틱대는 듯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말을 건넸다. 권위적인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납득 가는 결정을 했고, 합리적인 결정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리고 무섭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알고 보면 재밌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 덕에 주위에는 아빠의 찐 팬들이 많았다. 아빠는 그런 친구들에게 받은 것에 반드시 보답하고 의리를 지켰다.


아빠의 리더십은 카리스마와 의리였다.




그렇게 난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회사를 운영하는 아빠 사이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그들의 리더십에 대해 배웠다.


나는 엄마만큼 헌신적이거나 아빠만큼 의리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붙임성 좋은 성격과 아빠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닮았다. 그리고 엄마의 사람을 이끄는 따뜻함과 아빠의 우직한 카리스마를 존경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팀에서의 리더의 역할은 팀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된 성향의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모드를 전환하여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팀원들 간의 대화와 신뢰가 부족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일 때는 분위기를 공감과 대화로 유하게 만들어줄 엄마의 리더십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일하는 환경을 방해받아 일하는 게 즐겁지 않을 때는 이해관계자들과 합리적인 논리로 맞서 싸워 팀을 지켜낼 아빠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유연한 리더가 되고 싶다.

상황에 따라 내재되어 있는 나의 각기 다른 성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최적의, 최선의 선택을 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정의한 우리 엄마의 리더십과 우리 아빠의 리더십처럼,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나만의 리더십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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