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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 Jan 30. 2023

니가 뭘 안다고 글을 써?

가벼운 경험도 누군가에겐 좋은 인사이트가 된다.


‘니가 뭘 안다고 이런 글을 써?’

사실 누군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 쓰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내가

어떻게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작년즈음 읽었던 책 중 애덤 그랜트의 think again이라는 책이 있다.


책 내용도 너무 인상 깊었지만 (실제로 일에서도, 리더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도 이 책의 내용을 많이 인용한다.) 그것보다도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작가의 다른 구절이다.


작가는 중간에 이런 말을 한다.

‘이전에 내가 쓴 다른 책에서는 이렇게 말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내 생각이 틀렸다. 나는 지금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이 문구가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과거의 내 의견을 옹호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고 솔직하게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겁낸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내가 느끼는 바, 경험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아주 고도화된 의견, 깊고 정돈된 인사이트만 남에게 가치를 주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인사이트가 된다.


내가 이런 마인드셋을 갖게 된 건, 첫 회사의 영향이 크다.

나는 탈잉이라는 재능 공유 플랫폼 회사에서 일했다. 대학생들이 서로의 재능을 공유하는데에서부터 시작해 직장인들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정당한 금액을 받고 공유하는 플랫폼이었다.


1년 차 직장인은 일을 하다 배운 엑셀을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에게 공유하고, 10년 차 직장인은 1년 차 직장인에게 이직 잘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한다. 디자인학과 대학생은 포토샵을 공유하고, 체육학과 학생은 PT 레슨을 한다.

이렇게 재능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가볍게 또 무겁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개인이 공유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흥미로웠다.


사실 나도 이 플랫폼에서 강의를 했었다. 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나는,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포토샵을 가르쳤다.


사실 처음엔 망설였다.

‘나 따위가 뭐라고?’


그럼에도 용기를 냈다.

‘나정도 실력의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가르치는 포토샵도 충분히 가치 있을 거야!’


작은 용기로 시작했던 수업은 나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나보다 10살~20살은 많은 (그 당시 내 눈으로 보기에) 멋진 사람들이 내가 알려준 포토샵을 잘 활용하며, 너무 쉽게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 말들을 들으며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내 미숙한 경험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느낀 경험은 하나 더 있다.


포토샵 강의를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우연한 기회로 포토샵 책 집필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25살이었고, 겨우 2년 차 디자이너였다. 디자인을 그 누구보다 잘하지는 것도,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포토샵을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난 초보자에게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포토샵을 가르칠 자신은 있었다.


이 자신감 하나로 책 집필 제안에 응했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많은 초보자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교재가 되었고, 많은 감사 메세지를 받았다.




내 재능을 과소 평가하지 말자.

주변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은 건 너무 당연하다. 세상은 넓고 나는 너무 작은 존재니까.


그럼에도 우리의 시행착오와 작은 경험에 큰 도움을 받는 사람들 또한 많다. 누구든 같은 길을 걸을 때는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는 세상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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