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밧드 Oct 28. 2022

귀농 초보 닭 키우기

900 고지의 청정지역으로 귀농한 지 만 6년이 며칠 안 남았다. 토지와 전원주택을 구입하고, 레트리버 종 개 한 마리와 닭 4마리로 가축을 장만했다. 닭장은 다섯 평(운동장 포함)을, 개집은 창고 겸용으로 세 평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닭들이 알을 잘 낳고, 병아리도 잘 만들었다.


문제는 개였다. 이웃집 닭들을 두 차례나 몰살시켰다. 먹지도 않으면서 물어 죽이는 게 천성인가 보다. 그런 짓을 하고는 어김없이 입에 닭 한 마리를 물고 주인에게 달려왔다. 제 딴에는 주인이 칭찬해 줄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이웃집에 오리발을 내밀 수도 없어서 두 차례에 50만 원을 배상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묘목을 사다 심어 놓으면 어떻게 아는지 비싼 나무만 골라서 갉아먹었다. 아무리 튼튼한 목줄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 옥죄면 죽을 것 같으니까 약간의 여유를 두고 목줄을 해 주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느슨해져 풀리기 일쑤였다. 


병아리를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병아리를 잘 키워 닭을 만들고 계란 수확도 쏠쏠했다. 그런데 또 개가 문제였다. 이웃집들은 닭 키우기를 단념하여 그건 문제가 안 됐지만, 정작 내 닭을 보호할 방법이 마땅찮았다. 대충 3개월 간격으로 개가 목줄을 벗어버리는 것이다. 네 마리로 시작한 양계가 열 마리가 넘었었는데, 여섯 마리로 줄더니 네 마리만 남았다.


병아리를 키우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개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닭장을 단속해 놓았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병아리가 뼈다귀만 남겨놓고 죽어 있었다. 평생 도시에서만 산 내가 뭘 알겠는가. 아마 두더지처럼 땅 밑을 파고 들어와 잡아먹었을 거다.


그 이후론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면 즉시 화장실로 데려가 키웠다. 어미닭이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내 가슴이 아렸다. 집안에 썩은 내가 진동했다. 그러고서 중닭이 되자 닭장에 풀어놓았다. 어느 날 닭장을 열어 닭들이 밖으로 나가 산책도 하고 벌레도 잡아먹게 했다. 그런데 하필 그때 개가 목줄을 벗어버리고 닭들을 덮쳤다. 암수 두 마리만 남고 모두 몰살했다.

 

그 와중에 암탉이 알을 세 개 품어 병아리 한 마리가 나왔다. 집안에서 키워 재미를 보지 못했었기에 닭장에 별장을 만들어 그곳에 병아리를 넣었다. 별장을 열고 먹이와 물을 줄 때마다 병아리에게 말했다. "네가 이곳을 날아올라 밖으로 나오면 풀어준다."


어느 날 아침 마침내 웬만큼 큰 병아리가 날아 올라 별장에서 나왔고, 그만하면 자기 목숨을 지킬 것 같아 닭장에 풀어놓았다. 그러고서 혹시 하는 마음에 점심때쯤 가 봤는데, 병아리가 온데간데없다. 저녁에도 다음날 아침에도 병아리는 없었다. 닭장에는 여전히 닭 두 마리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망연자실에 약도 바짝 올라 이제 너희 스스로의 힘으로 살라고 아예 닭장 쪽문을 열어놨다. 그랬더니 강풍이 불고 억센 비가 내리던 지난밤에 비명에 가까운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있겠냐 싶어 내쳐 잤다. 다음날 아침 문을 열자 문 앞에서 행복(개 이름)이가 반기며 달려들었다. 목줄을 벗어 버리고 한 마리밖에 안 남은 암탉을 물어 죽이고는 주인을 찾아와 칭찬을 받으려는 것이다.

 

이제 닭장에는 수탉 한 마리밖에 없다. 계란을 얻어먹을 수가 없게 된 거다. 행복이는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달려들고, 내가 발짓으로 위협하면 놀자고 그러는 줄 알고 온갖 재롱을 떤다. 어쩌랴!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행복이는 제 대가리를 내 다리에 비벼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