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야곱과 요셉 부자의 이야기다.
야곱은 자매인 두 여자와 결혼했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다. 그 자매의 시녀 둘과도 잠자리를 해서, 총 네 명의 여자한테서 열두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들이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시조가 된 거다. 그중 열한 번째 아들이 바로 요셉, 라헬이 낳은 첫째 아들이다. 야곱은 요셉을 완전 애지중지했다. 그런데 라헬이 둘째 아들 베냐민을 낳다가 죽자, 요셉에 대한 야곱의 애정이 더 커졌다. 그래서 요셉한테만 특별히 값비싼 채색옷을 만들어 입혔다. 당시엔 채색옷이 얼마나 비쌌는지, 거의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다.
요셉은 <창세기>의 마지막 주인공인데, 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다. 근데 그 꿈들이 좀 특별했다. 첫 번째 꿈은 형들의 곡식 단들이 요셉의 곡식 단에 절을 하는 꿈이었고, 두 번째 꿈은 해와 달, 그리고 열한 별이 자기를 향해 절하는 꿈이었다. 꿈을 자기 마음대로 꿀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요셉이 잘못한 건 아니다. 근데 문제는, 이걸 형들한테 다 말해버렸다는 거다. 이때 요셉 나이가 17살이었으니, 사리분별은 할 나이였다. 근데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보니 우쭐해진 거 같다.
형들은 그 꿈 얘기 듣고 엄청 열받았다. "네가 뭐, 우리의 왕이라도 되겠다는 거냐?" 이러면서 야단쳤다. 심지어 아버지도 "네가 진짜 나와 네 엄마와 형들이 와서 너한테 절이라도 하길 바라는 거냐?"라고 물었지만, 아버지는 속으론 그 꿈을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다. 근데 형들은 요셉을 더 미워하게 됐다.
그러다가 요셉이 아버지 심부름으로 양 치는 형들한테 갔다가 진짜 봉변을 당한다. 형들이 멀리서 요셉이 오는 걸 보고, "야, 저놈 죽여서 구덩이에 던져버리자. 그리고 그의 꿈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 이러면서 얘기한다. 그때 맏형 르우벤이 나서서 "그래도 생명은 해치지 말자"라고 말린다. 그러나 요셉이 오자마자 형들은 채색옷을 벗기고 구덩이에 던져 넣는다. 그리고 뭐 하느라 바빴냐면, 그냥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집트로 가는 상인들을 본다. 그때 넷째 형 유다가 말한다. "동생 죽여봤자 우리한테 뭐 이득이 있겠냐? 차라리 장사꾼한테 팔아넘기자. 그래도 우리 피붙이니까 손에 피는 묻히지 말자."
그래서 형들이 요셉을 구덩이에서 끌어올려 은화 20개에 팔아버린다. 그때 맏형 르우벤은 어딜 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나중에 돌아와서 요셉이 없는 걸 보고, "애가 없어졌다! 이제 난 어쩌면 좋단 말이냐!" 이러면서 슬퍼한다.
형들은 염소 한 마리를 죽여서 요셉의 채색옷에 그 피를 적시고, 그걸 아버지 야곱에게 가져간다. 야곱은 옷을 보자마자 "이건 내 아들의 옷이구나! 맹수가 그를 잡아먹었구나! 내 아들 요셉은 찢겨 죽었어!" 하면서 완전 대성통곡한다. 자기 옷을 찢고, 허리에 삼베를 두르고는 오랫동안 요셉의 죽음을 슬퍼한다. 모든 자식들이 야곱을 위로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다. 야곱은 "난 이 슬픔 안고 저 세상에 가서 내 아들 만나겠다" 이러면서 계속 울었다.
구약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야곱과 요셉 부자의 이야기다.
야곱은 서로 자매인 두 여자와 결혼했고, 그들에게 속한 시녀 둘과도 잠자리를 했다. 그는 네 명의 여자에게서 열두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이 바로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시조가 됐다. 그중 열한 번째 아들이 요셉이고, 그는 라헬의 두 아들 중 첫째다. 야곱은 요셉을 애지중지했다. 그러던 중 라헬은 둘째 아들인 베냐민을 낳고 죽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야곱은 요셉을 더욱 애지중지했고, 그에게만 채색옷을 지어 입혔다. 당시에는 채색옷이 값이 비싸서 부자만 입는 옷이었다.
요셉은 <창세기>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꿈 때문에 고난을 당하고, 꿈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첫 번째는 형들의 곡식 단이 요셉의 곡식 단을 둘러서서 절하는 꿈이고, 두 번째는 해와 달과 열한 별이 그에게 절하는 꿈이었다. 꿈을 자기 마음대로 꿀 수는 없는 것이니, 그걸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그 꿈을 모두 형들에게 이야기했다. 당시에 그는 17세로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이 그를 우쭐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형들은 그의 꿈 이야기를 듣고 '네가 우리의 왕이 되려느냐?'라고 꾸짖었고, 그의 아버지는 '나와 네 어머니와 네 형들이 참으로 가서 땅에 엎드려 네게 절하겠느냐?'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꿈을 간직해 두었으나, 그의 형들은 그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요셉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양을 치는 형들에게 갔다가 봉변을 당한다.
요셉의 형들은 그가 멀리에서 오는 것을 보고, '그를 죽여 구덩이에 던지고 그의 꿈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자.'라고 서로 말한다. 맏형인 르우벤이 동생을 구원하려고, '우리가 그의 생명은 해치지 말자.'라고 한다. 그가 오자, 그들은 그의 채색옷을 벗기고, 그를 구덩이에 던진다. 그들은 음식을 먹다가 이집트로 가는 상인들을 본다. 그때 넷째인 유다가 '우리가 우리 동생을 죽인들 무엇이 유익할까? 그를 장사꾼에게 팔고, 그에게 우리 손을 대지 말자. 그는 우리의 혈육이다.' 하여 그들이 그의 말을 따른다.
그들은 요셉을 구덩이에서 끌어올려 은화 20개를 받고 상인들에게 판다. 그때 맏형인 르우벤은 그 자리에 없었나 보다. 그는 돌아와서 '애가 없어지고 말았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냐?" 하고 슬퍼한다.
그들은 염소를 죽이고, 요셉의 채색옷을 그 피에 적셔 아버지에게 갖다 드린다. 야곱은 '이것은 내 아들의 옷이다. 맹수가 그를 잡아먹었구나. 내 아들 요셉은 찢겨 죽은 것이 틀림없다.' 하고 통곡한다. 그는 자기 옷을 찢고, 허리에 굵은 삼베를 두르고, 오랫동안 아들의 죽음을 슬퍼한다. 모든 자녀들이 그를 위로하였으나 아무 소용이 없다. 그는 '내가 슬퍼하다가 저 세상에 있는 내 아들에게 가겠다." 하고 계속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운다.
요셉은 결국 이집트로 팔려가서 파라오의 경호대장인 보디발한테 넘겨졌다. 근데 여기서 야훼가 보디발 집에 복을 빵빵하게 내려줬다. 그래서 보디발 집안일이 잘 돌아가고 재산이 막 불어났다. 그러니 보디발이 “아, 이거 요셉이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는 요셉한테 집안 일 다 맡겨버리고, 자기는 먹는 거 빼고는 아무것도 신경 안 썼다. 참고로 요셉,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문제는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보고 꽂힌 거다. 어느 날, 그녀가 요셉한테 다가가서는 "우리 같이 잠자리에 들어요"라고 대놓고 유혹했다. 근데 요셉은 딱 잘라서 말했다. "주인님이 저한테 모든 걸 맡기셨지만, 당신은 안 돼요! 당신은 그의 아내니까, 내가 어찌 이런 짓을 저지르겠어요? 이건 하느님께 죄 짓는 거예요." 그리고 매번 유혹을 뿌리쳤다. 그런데 그녀는 포기할 여자가 아니었어. 매일같이 치근덕거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녀가 요셉의 옷을 붙잡고 "나랑 같이 자자!" 하고 들이댔다. 요셉은 옷이고 뭐고 다 놔두고 밖으로 도망쳤다. 그녀는 자존심 상해서 남편한테 "요셉이 나한테 덤비려 했어!" 하고 거짓말을 했고, 보디발은 그 말만 믿고 빡쳐서 요셉을 감옥에 넣었다.
독일의 천재 소설가 토마스 만이 쓴 <요셉과 그의 형제들>에서는 보디발이 환관, 그러니까 성불구자로 나온다. 성경에는 그런 내용 없지만, 토마스 만이 상상력으로 채워 넣은 거다. 그 책을 읽으면 이집트 신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게 알 수 있다.
요셉은 감옥에 갇혔지만, 감옥에서도 잘 나갔다. 간수장이 요셉을 신임해서 감옥 업무를 전부 요셉에게 맡겼거든. 요셉은 그곳에서 꿈 해몽으로 유명해졌다. 누가 꿈을 꾸면 요셉한테 말하고, 요셉이 해몽을 하면 그 해몽대로 일이 벌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파라오가 두 가지 꿈을 꿨다. 첫 번째 꿈에서는 건강하고 살찐 암소 일곱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는데, 갑자기 뼈만 남은 암소 일곱 마리가 나타나서 살찐 암소들을 다 먹어 치웠다. 두 번째 꿈에서는 줄기 하나에서 무성하고 알찬 이삭 일곱 개가 나왔는데, 쭉정이 일곱 개가 그걸 삼켜버렸다. 파라오는 이 꿈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온갖 지혜로운 사람을 불러서 해몽을 시켰지만, 아무도 해석을 못 했다.
그때 술 따라주는 신하가 "파라오님,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요셉이라는 해몽의 신이 있었는데, 그 친구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하고 추천했다. 파라오가 요셉을 불렀고, 요셉이 해석해줬다. "이 두 꿈은 한 가지를 말하는 겁니다. 살찐 암소와 알찬 이삭은 앞으로 올 7년의 풍년을 뜻합니다. 그리고 뼈만 남은 암소와 쭉정이 이삭은 그다음 7년의 기근을 뜻하죠. 왕께서 꿈을 두 번 연달아 꾼 것은 하느님께서 이 일을 속히 행할 것임을 보여준 겁니다. 그러니 7년의 풍년 동안 농산물을 비축해 두십시오. 그래야 7년의 기근 때 백성들이 굶어 죽지 않을 겁니다."
파라오와 신하들이 요셉의 해석을 듣고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파라오가 말했다. "하느님의 영이 충만한 사람을 우리가 어디서 찾겠는가?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없구나. 너, 내 나라 다스려라. 내 백성이 네 말에 복종할 거야. 나보다 높은 건 이 왕좌밖에 없다. 너를 이집트의 총리로 임명한다." 그러면서 자기 인장 반지를 빼서 요셉 손가락에 끼워줬다. 그리고 파라오는 헬리오폴리스 제사장의 딸 아스낫을 요셉의 아내로 줬다. 이때 요셉 나이가 30살이었다. 요셉이 팔려갔을 때가 17살이었으니까, 무려 13년 동안 노예와 죄수 생활을 한 거다.
요셉은 7년 동안의 풍년 때 모든 곡식을 모아 비축했다. 그러면서 요셉의 아내는 두 아들을 낳았다. 장남은 므낫세, 차남은 에브라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7년 풍년이 끝나고, 드디어 기근이 시작됐다. 집집마다 양식이 떨어지니까, 이집트 백성들은 파라오에게 "우리 살려주세요!" 하고 아우성쳤다. 파라오는 "요셉한테 가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해라"라고 했고, 요셉은 창고를 열어서 곡식을 팔았다. 이 기근은 온 세상을 휩쓸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곡식을 사러 이집트로 몰려왔다.
가나안 땅에도 기근이 심하게 들어서 야곱은 열 명의 아들한테 이집트로 가서 양식을 사 오라고 시켰다. 근데 막내 베냐민은 꼭 곁에 두고 말이다.
요셉은 형들이 오자마자 딱 알아본다. 근데도 모르는 척하면서 말한다. "너희 간첩이지! 우리나라 약점 어디 있나 탐지하러 온 거 아냐?" 형들은 당황해서 "우리는 곡식 사러 왔습니다. 우리 그냥 한 형제고, 간첩 아니라 건실한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요셉은 계속 의심하는 척한다. "아니야, 너희 나라 약점 파악하러 온 게 틀림없어!" 형들은 "우리는 열두 형제고, 막내는 아버지랑 있고, 하나는 없어졌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그 말을 들은 요셉은 "좋아, 너희가 간첩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내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서 말하는데, 한 명은 감옥에 두고 나머지는 가서 곡식을 가족들한테 가져가. 그리고 막내를 데리고 와. 그러면 너희 말이 맞는지 알 수 있겠지."
그제야 형들은 서로 "우리가 옛날에 동생 요셉한테 했던 짓 때문에 벌 받는 거야. 그가 애걸할 때도 우리 못 들은 척했으니 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 하고 후회한다.
요셉은 통역관을 통해 말했으니, 형들은 요셉이 그 말 다 알아들을 줄 몰랐다. 근데 요셉은 속으로 듣고 있다가 잠깐 뒤돌아서 울었다. 그러고 나서 시므온을 결박하고, 형들 자루에 곡식을 넣어주고, 몰래 돈도 자루에 다시 넣었다. 형들이 돌아가다가 돈이 자루에 있는 걸 발견하고는 "하느님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거야?"라며 엄청 놀랐다.
야곱이 그 얘기를 듣고는 슬퍼하며 "너희가 내 자식들을 다 잃게 하는구나. 요셉도 없어지고, 시므온도 사라졌는데, 이젠 베냐민까지 빼앗아 가려고 하냐?" 한다. 그러자 맏형 르우벤이 "아버지, 만약 베냐민을 안 데려오면 내 두 아들을 죽여도 좋습니다! 내가 꼭 책임지고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한다. 참, 이 동네는 아들 생명 희생시키는 걸 너무 쉽게 여겨... 아무튼 야곱은 맏이의 제안을 거절한다.
기근은 점점 심해져서, 야곱은 다시 "가서 양식 좀 더 사 와라." 한다. 그때 넷째 아들 유다가 말한다. "아버지, 이집트 총리가 우리한테 베냐민을 데려가지 않으면 다시는 얼굴 보지 말라고 경고했잖아요. 만약 그를 보내 주지 않으면 저희도 안 갈 겁니다."
야곱은 유다에게 "왜 다른 동생이 있다고 말해서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하느냐?"라며 윽박지른다. 유다가 "그냥 그가 물어보길래 대답했을 뿐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그가 동생을 데려오라고 할 줄 알았겠어요?" 하고 말하자, 결국 야곱은 "정 그렇다면 가라. 제일 좋은 토산물도 챙겨서 가고, 그 사람이 너희 돈을 돌려줬으니 두 배로 챙겨가. 전능하신 하느님이 자비를 베풀어 시므온과 베냐민을 돌려보내 주시길 바랄 뿐이다. 내가 자식을 잃는다면 어쩔 수 없지..." 하며 허락한다.
형들이 다시 요셉에게 선물을 바치고 엎드려 절한다. 요셉이 묻는다. "너희가 말한 그 노인은 안녕하시냐? 아직 살아계시냐?" 형들은 "우리 아버지는 평안히 잘 계십니다." 하고 또 엎드려 절한다. 요셉은 베냐민을 보고 "이 사람이 그 막내냐? 하느님이 너에게 은혜를 베푸시길 바란다."라고 한다. 그러고선 감정이 북받쳐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 울고, 얼굴 씻고 다시 돌아온다.
요셉은 형제들을 나이 순서대로 앉히고 음식을 차리게 한다. 형들이 순서 맞춰 앉자 놀라서 서로 쳐다본다. 이때도 그들은 요셉이 자기 동생인 줄 전혀 몰랐다.
요셉은 끝까지 형들을 괴롭힌다. 자기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란 말이다. 형들이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는 길에 요셉의 하인이 다급하게 쫓아와서 "어떻게 너희가 은혜를 저버리고 은잔을 훔쳐갔냐!"라고 소리친다. 형들은 펄쩍 뛰며 "그런 짓 안 했습니다! 만약 은잔이 발견되면 그 사람을 죽이시고 나머지는 종이 되겠습니다!" 한다.
그러자 하인이 "좋소. 은잔을 가진 자만 종이 될 것이고, 나머지는 아무 죄 없소."라며 자루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은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나온다! 형들은 옷을 찢고 슬퍼하면서 다시 성으로 돌아간다.
형들이 엎드려 절하자, 요셉이 묻는다. "너희가 어째서 이런 짓을 했느냐? 내가 점으로도 이런 걸 찾아낼 수 있다는 걸 몰랐느냐?" 유다가 대답한다. "하느님이 우리 죄를 드러내셨으니 이제 다 종이 되겠습니다." 그러자 요셉은 "아니야, 은잔을 훔친 자만 내 종이 될 것이다. 나머지는 평안히 돌아가라."
유다가 다급하게 "총리님,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베냐민 없으면 못 사십니다. 아버지는 '이 아이가 없으면 백발이 된 내가 슬픔에 젖어 무덤으로 내려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 아이를 형제들과 함께 돌려보내 주십시오. 제가 대신 종이 되겠습니다!"
요셉은 이 말을 듣고 참다 참다 결국 참지 못하고 형제들한테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며 큰 소리로 운다. "나 요셉이야! 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셔?" 형들은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혀버린다. 요셉은 "형님들이 나를 팔았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하느님이 우리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나를 먼저 보내신 거예요. 앞으로도 5년 동안 흉년이 계속될 테니, 아버지를 모시고 빨리 이곳으로 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와 가족들이 다 굶주리게 될 겁니다."라고 한다. 그러고서 베냐민을 끌어안고 울고, 형들과도 입 맞추며 다 운다. 그제서야 형들이 요셉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아들들이 "요셉이 살아 있어! 그리고 그가 이집트의 총리야!"라고 하자, 야곱은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뭐라고? 그게 진짜야?" 믿을 수가 없었다. 근데 아들들이 이집트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 말해주고, 요셉이 보낸 수레까지 보자 그제야 야곱은 정신을 차린다. "내 아들 요셉이 살아 있다니! 내가 죽기 전에 가서 그를 봐야겠다!"
드디어 야곱이 이집트 고센 땅에서 요셉을 만난다. 요셉은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야곱도 감격에 겨워 "내 눈으로 너를 다시 보게 되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한다.
파라오는 야곱에게 이집트에서 제일 좋은 땅인 라암셋을 선물하고, 요셉은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식구 수대로 양식을 공급했다. 기근이 더 심해지자, 이집트 백성들은 땅을 팔아서라도 먹고살아야 했는데, 요셉이 얼마나 철두철미했는지 한번 보자.
처음엔 백성들에게 돈을 받고 양식을 판다. 돈이 떨어지니까 다음에는 가축을 받는다. 근데 이제 돈도 가축도 바닥나니까 백성들이 요셉한테 애원한다. "우리 가진 건 몸뚱이랑 땅밖에 없어요! 우리 땅을 왕에게 주고 먹을 걸 좀 주세요. 우리 죽기 싫어요!"
요셉은 백성들을 파라오의 노예로 만들고, 이집트 전역의 토지를 다 사들인다. 근데 제사장들의 땅은 사지 못 한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파라오가 먹여 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셉은 수확의 5분의 1을 왕에게 바치게 했고, 이 토지법이 오늘날까지도 시행되고 있다고 전설처럼 내려온다.
십수 세기가 지나서 로마의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를 정복했을 때, 이미 이집트 땅은 다 왕의 소유였다. 즉 모든 땅이 정복자 옥타비아누스의 소유가 된 것이다. 그는 제사장들의 땅까지 몽땅 몰수하고, 사제들에게 봉급을 지급했다. 그러고는 이집트 백성들에게 땅을 나눠주려 했는데, 백성들이 땅에 대한 소유 개념이 없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단다. 그래서 로마 귀족들한테 땅을 팔고, 군인들에게 공로금 대신 땅을 줬다. 이건 전설이 아니라 진짜 역사적 사건인데, 기독교인들은 이걸 보고 "아멘! 맞아 맞아!" 할 거다.
이 얘기는 초기 기독교의 공동 소유와 나눔 사상, 즉 사도행전 4장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요셉이 이집트에서 모든 토지를 왕의 소유로 만든 사건이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거다.
이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감동적이다. 동생인 총리대신 앞에서 쩔쩔매는 형들은 불쌍하고, 요셉은 천연덕스럽게 형들을 괴롭히면서도 참 애처롭다. 이야기를 이렇게 생동감 있게 써낸 이야기꾼이 정말 대단하다.
요셉이 형들을 용서하는 장면, 그리고 20년 만에 아버지 야곱과 재회하는 장면은 진짜 감동 그 자체다. 그냥 감동이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정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린 글을 본 적이 없다. 이 글을 마치면서 내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