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에서 대략적으로 다룬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자. 이 이야기는 <민수기> 5장 11절 ~ 31절에 실려 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남편이 아내가 간통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면, 어디로 가느냐?
바로 제사장한테 간다.
제사장한테 아내를 데려가면 제사장이 뭘 하느냐?
뭔가 굉장히 엄청난 걸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냥 성막 바닥에서 티끌을 주워다가 물에 넣는다.
마치 마법의 물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제사장이 그 티끌을 물에 타고, 거기다 또 이상한 주문을 막 써서 그 물에 빨아 넣는단다. 그러고 나서 그 물을 아내한테 마시게 해. 와, 이거 진짜 강력한 독약인 줄 알겠지만, 사실 그냥 먼지 물이다. 마셔도 아무 문제없을지도 모르는데, 하여튼 그걸 마신 뒤에, "아내가 간통했으면 배가 부풀고 넓적다리가 축 늘어진다"라고 한다. 이게 무슨 저주냐, 그냥 부작용 같은데.
근데 이 모든 일이 결국 남편이 의심만 하면 벌어진다는 거다. 뭐 남편이 뭔가 찜찜하면 아내를 제사장한테 데려가서 "이 여자 좀 독물 한 잔 하게 해주세요." 이러는 거다. 근데 만약 아내가 간통 안 했으면? 짠, 아무 일 없고 오히려 애를 임신하게 된단다. 이게 뭐냐고!
근데 이걸 야훼가 만들었다고? 와, 그럼 야훼가 잠깐 좀 지루해서 "이런 재미있는 시험 한 번 해볼까?" 하고 생각해낸 거야? 기독교인들 입장에서는 야훼가 이 절차를 만들었다고 할 테니 참 난감하다. 하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하면 신앙의 모든 게 흔들리니, 어떻게든 합리화하려고 애쓸 것 같은데, 아마 이렇게 말할 거다. "아, 그 당시에는 이런 게 필요했어요!" 뭐, 현대인들은 듣고 코웃음칠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유일신이 이런 절차를 만들었다고 믿기는 진짜 힘들지 않나? 유일신이 "의처증"에 걸렸다는 건 더 웃기고. 아니면 모세가 이런 황당한 절차를 고안해 낸 거라면, 아마 모세가 의처증이 심각했던 거다. 혹시 십보라가 어디서 잘못한 것도 없는 데, 모세가 자꾸 "너, 간통했지?" 하고 억지 부린 건 아니었을까?
이 절차를 보면 모세가 살던 당시 이집트 사회에 간통이 얼마나 만연했는지 알 수 있다. 모세가 이집트를 떠난 이유도 혹시 간통을 너무 많이 봐서 "아, 나 여기 못 살겠다!" 하고 도망친 걸까? 그러니까 모세는 간통을 막으려고 이런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을 만들어낸 거다.
결국 이걸 보면 모세가 간통을 얼마나 혐오했는지 알 수 있는데, 그럼 이집트 사람들이 정말 간통을 많이 했다는 뜻이잖은가. 그래서 모세가 십계명을 만들고, 그 중에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도 넣은 거다. 뭐, 이제 와서 보면 이게 다 당시 사회에 대한 모세의 반감과 염증이 반영된 법인 거다.
오늘날 이 절차를 시도한다면? 바로 법원에서 징역형 맞고 정신병원 가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아무리 옛날이라도, 그걸 유일신 야훼가 만들었다고?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이 바로 기독교인들이다. 그런 식의 믿음이 세상에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