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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Sep 18. 2024

유일신교와 다신교의 충돌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있는 동안 유일신교와 다신교의 첫 번째 충돌이 빵 터진다. 사람들이 아론을 찾아가서 "야, 우리를 이끌어 줄 신 좀 만들어!"라고 요구한다. 아론은 금붙이를 다 모아 오라고 해서, 그걸 녹여서 금송아지를 만든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이게 우리를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준 신이다!"라고 난리를 쳤다. 아론은 거기다가 단을 쌓고는 "내일은 야훼 절기다!"라고 선포한다. 사람들은 금송아지 앞에서 번제도 드리고, 화목제도 드리고, 마구 먹고 마시며 춤추고 놀았다. 디오니소스 축제를 연상시키는 다신교 축제였다.


이 금송아지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전히 다신교 끈을 못 놓고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모세가 열 가지 재앙이며, 홍해, 만나 이런 거 보여주면서 "야훼만이 진짜 신이야!"라고 열심히 가르쳤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던 거다. 그리고 이때 대제사장이 될 아론조차도 다신교 전통을 버리지 못한 게 팩트다. 결국 모세는 화가 나서 3천 명 정도를 학살했지만, 웃긴 건 아론은 안 죽였다는 거다. 다 같이 놀았는데.


두 번째 충돌은 요단강 건너기 직전 싯딤에서 벌어졌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 여자들이랑 놀아나면서 바알이라는 신에게 절을 했다. 야훼가 화가 나서 전염병 퍼뜨리고, 모세한테 "두령들 잡아서 목매달아!"라고 명령했다. 그 와중에 시므리라는 남자가 미디안 여자를 끌고 텐트로 들어간다. 아론의 손자인 비느하스가 바로 따라가서 창으로 그 둘을 꿰뚫어 죽여버린다. 그러자 전염병이 싹 멈췄다. 근데 전염병으로 이미 24,000명이 죽은 뒤였다는 거...


그때 야훼가 모세한테 뭐라고 했냐면, "비느하스한테 내가 그와 그의 후손에게 영원한 제사장 직을 준다고 전해라. 그가 나 대신 열받아서 이스라엘을 속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디안 놈들은 적으로 취급하고 싹 죽여버려!"라고 했단다. 비느하스는 야훼와 동행했다.


그러고 나서도 이스라엘 역사에선 유일신교와 다신교가 자주 치고받았다. 제일 유명한 게 엘리야와 바알 선지자들의 한판 승부다. 열왕기상 18장에 나와 있는 이야기다.


아합 왕이 비가 3년 반이나 안 오는 게 다 엘리야 탓이라며 몰아붙였다. 엘리야는 "아니, 그게 내가 아니라 네가 바알을 섬겨서 그런 거야!"라고 받아쳤다. 그러고는 바알 선지자들이랑 아세라 선지자들한테 "한번 붙자! 이기는 신이 유일한 진짜 신이다!"라고 제안한다. 그래서 바알 선지자 450명, 아세라 선지자 400명, 총 850명이 엘리야 한 명이랑 맞붙게 된다.


경기 방식이 아주 살벌하다. 송아지 한 마리씩 잡아다가 각 떠서 나무 위에 올려놓고, 불은 안 붙이고 기도만으로 번제물에 불을 붙여보자고 한 거다.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이 먼저 시도했지만, 아무리 외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엘리야 차례가 오자, 물 네 통을 번제물과 나무에 부어버리고 야훼를 불렀다. 그랬더니 야훼가 불을 내려서 번제물은 물론이고 나무, 돌, 흙까지 다 태우고 도랑의 물까지 싹 말려버렸다. 와우! 역시 야훼는 능력이 대단하다. 결론은? 엘리야가 백성들을 선동해서 바알 선지자들 전부 몰살시켰다.


유일신교라는 게 참 독하다. 중세 때 기독교는 정기적으로 이단을 색출해서 다 잡아 죽였다. 1252년에 교황 이노센트 4세가 '박멸에 관하여'라는 교서를 내렸는데, 거기서 사제들에게 이단자를 고문하고 화형 시키라고 지시했다. 그 고문이 어마무시했다. 손톱 뽑고, 성기 지지고, 손마디, 발가락 다 으깨고… 안 죽은 이단자들은 화형으로 끝장냈고, 감옥에 갇힌 이단자들은 쥐와 해충의 먹이가 됐다.


1542년에 교황 바오로 3세가 '종교재판소'를 설치해서 이번엔 개신교도들을 박해했다. 이단 박해 중 제일 잔인한 사건이 바로 1572년 '바돌로매 대학살'이었다. 두 달 동안 8만 명 넘는 위그노파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 죽었다.


이제 현대 민주주의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유일신교들끼리는 여전히 싸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와 이슬람교, 서로 적대하면서 전쟁까지 벌인다. 난 불교나 유교가 다른 종교 박해했다는 얘긴 못 들어봤다. 유일신교는 기본적으로 악마적인 DNA를 갖고 있는 거 같다.


사실 인류는 대체로 다신교를 믿으며 살아왔다. 우리나라만 봐도 불교도나 기독교도들 중에서 아직도 무속 신앙의 관습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 없는 날에 이사 가고, 손에 왕 자 쓰고 다니고, 일이 안 풀리면 점집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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