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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Sep 18. 2024

모세는 누구인가?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유일신 신앙을 주입하려고 진짜 애를 많이 썼다. 십계명에 "야훼만 섬기라"는 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꽤 어려운 요구다. 그건 마치 "너는 인생에서 딱 한 가지 목표만 두고 살아라"라고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다들 인생에서 여러 목표가 있다. 돈, 권력, 섹스 같은 거 말이다. 그 밖에도 자유, 진리, 평안, 명예, 헌신 등등 원하는 게 제각각이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가 자식한테 "너는 이거 하나만 하면서 살아"라고 딱 정해줘 버리면? 그는 나쁜 아빠다. 어떤 자식은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통하지 않으면 가출하고, 또 어떤 자식은 대충 맞춰주는 척하면서 뒤에서 딴짓한다. 좋은 아버지는 자식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참신이라면 좋은 아버지처럼 사람들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줘야 할 텐데, 야훼는 "나만 섬겨!"라고 강요한다. 게다가 질투하는 신이라서 우상 만들지 말라 그러고, 계명 어기면 죽여버린다고 협박까지 한다. 이건 그냥 나쁜 아빠가 아니라 아주 골 때리는 신이다.


창세기의 신을 한번 보자.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었어도,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어도 바로 죽지는 않았다. 물론 노아 홍수나 소돔과 고모라 때는 싹 쓸어버렸다. 근데 그건 개별적인 처벌이 아니라, 아예 지구상 모든 생명을 몰살시킨 거니까 좀 다른 차원이다.


더 웃긴 건 거짓말이나 일삼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이런 자들이 선택받았다는 거다. 롯은 딸들과 사고 쳐서 외손자인지 아들인지 모를 애를 낳고, 르우벤은 아버지 첩과 엮이고, 유다는 며느리랑 엮여서 손자인지 아들인지 모를 애를 낳고도 처벌을 안 받았다. 동생 요셉을 장사꾼한테 팔아버린 형들도 다 잘 살았다. 그때는 유일신이 뭔지도 몰랐고, 계명도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모세가 유일신, 계명, 율법 들고 나타난 거다. 근데 그중에는 인간의 기본 양심으로도 용납 안 될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아내의 간통을 밝히는 절차' 같은 거다. 그런 법 만든 존재를 어떻게 참된 신이라고 할 수 있겠나? 이런 거 보면 계명이나 율법은 다 모세가 만든 게 분명하다.


모세는 야훼의 이름으로 사람을 엄청나게 많이 죽였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만들어 놓고도 말이다. 왜 그랬을까? 모세는 왕이 되려 했던 거다. 그래서 야훼를 유일신으로 세우고, 계명과 율법을 만들어서 위반한 사람들은 다 죽여버린 거다. 근데 문제는 인간이란 존재가 죽음으로 위협해도 절대복종만 하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모세는 죽을 때까지 그걸 몰랐다. 결국 그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해당했다.


<신명기>에 따르면, 모세는 모압 땅에서 야훼에게 죽임을 당하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단다. 근데 야훼가 그를 죽였을 리가 있나? 모세는 그저 그의 강압적인 정치 때문에 반대파에게 살해당한 거라고 봐야 한다.


모세가 만든 계명과 율법은 후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뒤를 이은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정복하면서 사람을 주저 없이 죽였고, 반면에 사울 왕은 일부를 살려줬다가 폐위당했다. 사울은 아말렉을 쳐서 그들의 남녀, 소아, 가축까지 싹 죽이라는 야훼의 명령을 무시하고, 좋은 것들은 남겨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훼가 사울을 왕으로 세운 걸 후회했단다. 야훼 명령이면 다 죽여야 한다니, 난 그런 신은 안 믿는다.


중세 가톨릭은 또 어땠냐면,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모세를 그대로 따라 했다. 이단자들 다 잡아 죽이고 개신교도들 박해했다. 심지어 십계명까지 교황 마음대로 수정했다. 진짜로 십계명을 야훼가 만들었다면, 이건 교황이 야훼 자리에 올라앉은 거다. 근데 사람이 만든 거니까 교황도 수정할 수 있는 거다. 그런 걸 보면, 당시의 교황도 십계명을 야훼가 아니라 모세가 만들었다는 걸 눈치챈 것 같다.

 

가톨릭은 제2 계명인 우상 금지 규정을 아예 없애고, 제10 계명을 둘로 나눴다. 왜 그랬을까? 4세기쯤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성당에 온갖 그림과 우상들이 생겨났는데, 그게 이교도의 신전처럼 보였다. 8세기쯤 되니까 성당은 우상으로 가득했고,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입 맞추고 기도하고 절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제2 계명을 어긴 거 같은데 어쩌나? 로마제국과 국경을 마주한 이슬람도 교황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슬람교도들이 가톨릭의 성상들을 보고 "저건 우상 숭배"라며 비웃었기 때문이다.


교황은 참람하게도 제2 계명을 삭제하고, 대신 열 번째 계명을 '남의 아내를 원치 말라'와 '남의 재물을 탐하지 말라'로 나눴다. 졸지에 가톨릭에서 우상숭배 금지 규정이 날아가 버린 거다. 그러나 가톨릭의 여성 신도들은 덕을 봤다. 재물의 지위에서 사람으로 승격됐으니 말이다. 교황은 자기도 모르게 여성 신도에게 칭찬받을 일을 한 셈이다.


모세의 사상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폭력을 강조하는 수많은 말들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거 같다. 안식일에 하인들과 짐승들까지 쉬게 하라는 거, 부모를 공경하라는 거,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는 거 등등은 새겨들을 만하다. 특히 다음의 말은 모세 사상의 진수를 보여준다.

 

"너는 마땅히 공의만 좇으라. 그리하면 네가 살겠고, 네 하느님 야훼께서 네게 주시는 땅을 얻으리라." (신명기 16장 20절)


예언자들, 특히 아모스나 이사야 같은 사람들은 공평과 정의를 부르짖었는데, 그 정신은 모세에게서 나온 거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예수가 가난한 자의 메시아로 등장한 것도 예언자들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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