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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물들다 Jul 15. 2023

그리움이 빗방울 속에

비 때문에 세상이 뿌였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다. 물안개 속 가슴 밑에 숨겨져 있던 추억 하나가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30여 년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가 그녀의 일상에 슬픔을 드리운다.




아버지 발령으로 중소도시에서 소도시로 이사를 했다. 

안마당 앞쪽으로 커다란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안쪽으로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 나이 6살, 그 커다란 주택에도 6살 소녀가 살고 있었다. 넷째 딸이었고 그녀는 셋째 딸이다. 

둘은 울타리 안 너른 과수원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절친한 친구로 성장했다. 

 조신하고 소극적이고 공주 같던 친구는 소심했지만 그나마 적극적인 그녀 친구들과는 잘 어울렸다.

그 친구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다.


중학교를 입학하면서 그녀와 친하게 된 ㅇㅇ와 세명의 친구는 모든 걸 공유하는 단짝들이 된다.

졸업을 하던 해에 친구가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녀는 친구가 없는 이곳이  쓸쓸할 것이란 걸 감지했다. 

그녀는 아버지께 서울로 가겠다고 선언한다. 

낯선 서울로 셋은 함께 올라온다. 


한 친구는 취업을 했고 친구도 무역회사에 취업을 한다. 

그녀는 공부하느라고 나중에 취업을 한다. 그러다 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둘만 남은 그녀와 친구는 더  붙어 다녔다. 영화도 보고 연극, 공연, 여행 모든 걸 같이 했다. 

둘이 같이 나간 미팅에서 그녀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다. 친구도 좋은 사람을 파트너로 만났지만 친구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친구는 청첩장을 손에 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녀도 결혼으로 20년 넘는 친구와의 시간들이 소원해질까 맘이 무거웠다. 기다렸다, 고개를 드는 그녀의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 임신했어."  


그녀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현기증이 났다. 

"너한테는 이해를 받고 싶어. 사랑하니까, 기다리려고." 


그녀는 친구를 안아주며 눈물을 흘렸다. 

그 어려운 길을 가려하는 친구가 가슴이 저미도록 안쓰러웠다. 

친구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결혼식에서 친구가 부케를 받았다. 2달 후 그 친구도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장은 슬픔의 바다가 넘실대었다. 

얼마뒤 친구는 딸을 순산했다. 그녀도 딸아이를 낳고 서로 사는 게 바쁘다 보니 간간히 연락만 주고받던 중에  친구가 어려운 부탁을 한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친구한테 소식이 없었다.  

소중하고 인생의 절반을 추억으로 공유했던 친구는 허공으로 바람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박경리의 '김약국 집 딸'들을 떠올리곤 한다. 

어디에서든 행복하고 우아하게 살고 있길 항상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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