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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Sep 19. 2024

09.18.24

마시는 물의 양을 두 배로 늘렸다. 워낙 물을 안 마시던 터라 아무리 늘렸다 해도 그리 많지 않은 양인데도 얼굴 피부결이라던가 입의 건조함 등 달라졌음을 느낀다. 몸에 조금만 좋은 것을 해도 눈에 띄는 다름을 느낀다는 게 나이가 들었음을 한 번 더 실감하게 한다.  


대학생 때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선교사님이 있다. 졸업 이후 뵌 적이 없지만, 한 동안 주기적으로 묵상 이메일을 보내주시곤 했는데 언젠간 이런 소식이 담겨 있었다. 복숭아를 먹다가 씨 부분을 잘못 물어서 앞니의 끝 부분이 조금 부러졌다는 이야기. 그 얘기를 왜 꺼내셨던 건지 앞 뒤 정황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거 같은데, 요즘 들어 그 이야기가 자꾸 생각난다. 그때 선교사님은 나의 지금 나이 정도 되셨던 거 같은데. 그 이미지가 시청각에 촉각까지 더해져 연상되는 바람에 복숭아를 베어 물 때면 한 입 가득히 아닌 오물거리며 먹게 되는 것이다. 점점 몸을 사리게 되는 일들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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