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지려 하지 않은 그다지 물욕 없는 그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는 여자
낯선 사람과 통화를 하다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와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우리는 한참 웃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다가 내가 말했다.
"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요."
" 그럼 가진 게 없는 거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때요?
정확하게 그런 워딩은 아니었지만
이 이야기는 내내 요즘 내가 가지는 생각에서 기인한 나의 멘트였다.
그러하다.
나이만 먹고 속은 여전히 어린아이인 채로 성장하지 못하고 남들 하는 프로세스에서 멀어지다 보니
나만 어딘가 뒷걸음치는 듯한 아니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어쩌면 그것도 아닌 채로 오랫동안
지내버린 것인지 계속 발을 땅에 닿지 않은 채로 낮은 물속에서 허우적 대는 거처럼 발 없는 새 마냥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 없는 새.
누군가의 아이디 이기도 했고 영화 아비정전에서 이야기되기도 했던.
요즘 부쩍 생각이 더 많아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이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있는 내가 보여서 대체 언제까지 내내 이방인 일 텐가? 하는 거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는 여자.
쉬운 거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집이 없고( 방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그 조차 소유는 아니었다. )
가족도 없고 ( 엄마나 동생들이 서운해 할 수 있으려나? 해도 이건 오히려 그들에게 기인한 것도 크다.
울 엄마는 늘 나에게 너만 혼자다. 여기서 잘 보라며.
주입식으로 내게 몇 번이고 말했고. 가족 사이에서
오히려 더 소외감을 느낀 적도 많기에. 이건 가족과의 사이가 좋고 나쁘고 가 아니다.
나도 나의 my own family 가 있으면 한다는 건데
그게 참으로 어렵다. )
그 흔한 남자도 없고. 뭐 여자도 없다.
언제가 쓴 적 있는데 친구도 없다.
_ 친구들은 있지만 가까이 있지 아니하고 각자 살기
바쁘기에 아주 가끔 통화하거나 안부를 묻지만
각자 잘 살겠거니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누군가와도 이야기했는데 사소한
예로 드라이어기도 없다.
반평생 살면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물건이다.
항상 어딘가 있는 드라이어를 썼다.
거의 내내 긴 머리였지만 한 번도 사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어느 순간 머리 감는 건 집보다는 운동하는 곳에 주로 감거나 했고 가져야겠다고 떠올려본 적도
없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우리 아파트에는 자신의 드라이어를 챙겨서 오는 아줌마들도 있고.
나 아는 동생도 여행 갈 때 다이* 을 챙겨서 다니기도 하더라. 이건 정말 작은 하나의 예이지만.
그리고 나는 책을 너무나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지만 책을 그다지 많이 사지 않는다.
최근에 사진집을 하나 어쩌다 샀지만 그건 아주 특별한예시이고 작년에 일본 여행 혹은 일본 두달살기 중
산 일본책들 말고 최근에 산 책은 없다.
아니 사지 않으려 애쓴다.
나의 공간이 없기에 책을 쟁여둘 공간이 부족하고
책장에 꽂아만 두는 책들보다는 전공도 전공이지만
도서관에 가서 빌려보거나 카페 등 공유 공간에 비치된책을 보는 걸 더 선호한다.
그러데 또 쓰다 보니 누가 아이러니의 결정체 아니랄까 봐. 없는 것도 많지만 꽤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불현듯 든다.
카페를 좋아하고( 카페를 잠시 했던 나로선 ) 마실 것을좋아하는 나는 다양한 커피잔 그리고
와인잔이나 샴페인잔 플레이트 등도 다양하게 많이
가지고 있다. 짐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그 아이들은 쉬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행 중에 산 것들이 대부분이고 아직 마케팅 측면에서
생각하면 도저히 다시 언제 할지도 모를 카페나 나의 공간이지만 그곳에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 여전히
버릴 생각이 하나도 없는 물건들을 넘치게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한 번 아주 짧은 정리를 했지만 한참 더 정리해야 할 어쩌면 버려야 할 많은 옷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쓰지 않는 방치된 물건들. 지금 나에겐 이런 정리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서 어디 쉬이 감히
여행 갈 수 조차 없는 것이다.
누구 정리마법사가 나에게 나타나서 정리를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부끄러워서 보여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버릴 거 다 버리고 훌훌 털고 정말 심플하게 살고 싶다. 쓰지 않는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서 먼지를 포함해서 점점 더 황폐해지는 건 아닌가 하고 심히 걱정이 된다.
이번주는 많은 것을 버리려고 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여자의 버리기 프로젝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