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ais Ku Dec 11. 2024

또다시 치앙마이 한달살기

어쩌다 또 오게 된 거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또다시 치앙마이 한달살기

어쩌다 지인과 통화하다가 자연스레 나온 항공권 이야기에 늘 자유롭게 여행하는 이들의 대화가 미치는 영향이었을까요? 통화 후 얼마 후 부산 베이징 치앙마이 에어차이나 항공권을 계획 없이 구매했습니다.

( 이때의 저를 말리고 싶기도 합니다. 제발 하이 시즌엔 예약 좀 하고 다니라고... )







그러는 와중에 나라는 하 수상해서 계엄령이라니 거기다 일본 최애 배우가 돌연 사망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

마침 그녀가 나온 러브레터 촬영지에도 다녀온 지 얼마 전이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옆자리에 인사를 나누기도 했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믿고 싶지 않은 소식에 내내 그녀 기사를 찾아본 며칠이었네요.

나카야마 미호 상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st in Peace. Nakayama Miho







일주일 전 12월 3일 밤에 치앙마이 공항에 자정을 한 시간 정도 앞두고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다섯 번 넘게 온 듯한데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추위를 피해서 왔냐고 하는데 올 때 나의 도시는 그리 춥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홋카이도 여행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어딘가로 가야겠다고 막역히 여겼나 봅니다.


얼마 전 올린 세 번째 치앙마이 글을 쓴 게 한참인 듯 여겨지고 샴발라 축제나 이곳에서 만난 친구와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게 올해 초였다고? 믿을 수 없네. 벌써 몇 년 전처럼 여겨지는데 말이야. 하고 한참

웃었습니다. 유독 시간이 빠르게 흐른 올해인 건가? 우리가 서서히 가 아니라 빠르게 늙고 있는 건가?






허름하지만 익숙한 호텔에 늦은 체크인을 하고 그냥 씻고 잠이 들었습니다.

부산에서 베이징을 거쳐서 오느라 하루를 통째로 보냈습니다. 가성비 편도 항공권으로 무작정 나온 아나이스

에어차이나는 오랜만에 탔습니다







집에서 공항 갈 때는 마침 제부와 시간이 맞아서 함께 택시를 타고 ( 얻어 타고서 ) 그리고 공항에서 이야기도

조금 나누었네요. 이런 일이 또 잘 없는데 하면서 말이죠.

기내식을 두 번이나 챙겨 먹고 넷플도 공항에서 두어 편 보면서 그렇게 오면서도 나 왜 오는 거지? 에 대한

의문은 없었는데 오히려 오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야 다시금 묻습니다.


왜 또다시 치앙마이 야?

치앙마이 한 달 살기 붐이 한참일 때도 저는 약간 시큰둥한 사람  중에 한 명이었고 여러 번 오게 되고 나서도

가는 곳들은 뻔하게 정해놓은 동선을 그리 벗어나지 않고 만나지는 이들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아예 하지 않기로 한 사람 혹은 무뇌아처럼 그냥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요가 인 더 파크에 가서 두 시간 여 요가 타이치 등을 하고 간단하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오후에 수영을 하고 루틴처럼 이곳에 있는 친구들과 각각 만나서 근황을 나누고 간단하게 뭔가를 마시고 그간의 서로의 사정을 듣습니다.


여전하기도 하고 뭔가 아주 미세하게 어색하기도 한 그런 대화를 나누고 또 친밀한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일주일이 훌쩍 흘렀습니다.

숙소를 제대로 알아봐야지 하고서 마음먹고 예전에 지내본 곳에 체크인했지만 더 오래되고 더러워진 데다

소란스러워서 내내 한 시간 단위로 깨거나 그러다 다시 잠 못 들고 요가 가는 며칠을 보냈습니다.

다음 숙소를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요가와 수영으로 하루를 다 보냈네요.







간간이 친구들과 만나고 이탈리아 친구를 필두로 오스트리아 미국 친구를 동시에 만나고 또 베트남에서 보지

못한 러시아 친구를 또 우연히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그랬네요. 그러느라 아직 한국 친구들과는 통화만 하고

뭔가 내 자리 아닌 호텔에서 짐도 다 풀지 못한 채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또 샴발라에서 만난

인도를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친구와 인도음식점에 가기도 하고 그랬네요. 다들 작은 동네라 만나지는 사이

마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기도 해서 그런 시간을 보냈네요.







그리고 어느 날은 한참을 잠들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날이 있었습니다.

팬이 시끄럽게 돌아가는 방 그리고 옆방 에어컨 실외기의 소음 그리고 어디선가에서 오는 다양한 소리들

덕분에 잠들지 못하고 헤매다가 어쩔 수 없이 아침에 요가를 가고 정말 지쳐버렸습니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이러면서 말이죠.

그리곤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폭염의 뜨거운 방에서 낮잠을 청했습니다. 자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려고

자야 하는 잠을 한참 자고도 쉬이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그리곤 찬 수영장 물에 수영이 아니라 몸을 담그고서 차가운 에너지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자. 하고선

다시 원점에 선 기분.








늘 많은 걸 혼자서 잘해 왔다고 자부하면서 지낸 반평생인데 어찌 점점 여러 번 가 본 여행지에서의 동선

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낮에는 30도 가까이 체감온도 33도 정도라서 예전의 저라면 거뜬할지 몰라도

이제는 그리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갱년기 여성의 변덕은 또 어찌나 심한지.

뭔가를 하려다가 아니야. 이걸 해야지 아니야 피곤하니까 오늘은 쉬어야지. 계속 이런 반복이네요.





사바이 사바이 Sabai Sabai 태국어 라오스어 모두 천천히 천천히

좋아하는 단어인데 너무 천천히 가는 거 아니니? 이러는 제가 있습니다.







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만. 앞날을 너무 모르겠어요.

연말에는 산속 절에서 보내면서 저를 인생을 돌아보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숙소 구하기가 힘든 건지.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대체 언제 끝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건지?

아님 그저 내가 몸도 마음도 여러 가지로 가난해서 이토록 시련을 겪고 있는 건지...

내 안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딴 곳을 쳐다보는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