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벗어나지을 못하고 여기를 계속 맴도는 거니?
치앙마이 올드시티 한 달 살기라고 쓰고서 한 곳을 잘 벗어나지 않는 게으른 이의 생존기를 쓰려고 합니다.
치앙마이 도착한 지도 벌써 2주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라고 썼지만 어쩌면 한 달을 훌쩍
넘을 수도 있습니다. 치앙마이에도 여러 지역이 있습니다만 저는 어찌 내내 올드시티 내에서 주로 이동하고
걸어 다니고 누군가 오면 바이크 뒤에 타고서 잠시 짧은 거리를 가기도 하지만 멀리 가지도 않습니다.
주로 님만해민 정도인데 처음 왔을 때는 뭔가 맛난 브런치 하는 곳 카페 등이 많아서 종종 가고는 했는데
이번에 오니 뭔가 시들해졌다랄까요? 그냥 올드타운 내에 있는 게 편한 이가 되어버렸네요.
일단 3일 도착하고서 강행군하듯이 계속 요가와 수영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냈습니다. 갑자기 바뀐 기온과
수면장애로 인하여 내내 한 시간 단위로 깨고 늦더위와 모기에 시달리다가 한 달 지낼 곳을 찾고 싶지만
연말에 절에 가서 2주 정도 지내는 일정 때문에 시기도 애매하지만 하이시즌에 접어들어서 어딜 가나
fully booked 혹은 한 달은 안 받는다. 등등 항상 예산은 빠듯하고 맘에 드는 딱 맞는 곳 찾기도 어려워서
계속 처음 체크인 한 호텔에서 지냈습니다. 더럽고 덥고 모기에 에어컨 실외기 소음에 오래된 팬 돌아가는
소리에 내내 불면의 밤을 보내다가 그래도 수영장이 있으니 참아야지 하면서 거의 열흘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요가 하는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먹거나 이후에 집을 알아보러 같이 다니거나 수영을
같이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닌데
한국 친구들 보다는 주로 미국, 이탈리아계, 아일랜드* 호주에 사는, 일본, 중국 등과 어울렸네요.
다들 메디테이션이나 요가 산행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절에 가기도 전에 집으로 가야 하나 할 정도로 지내는 곳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나날 속에서
그래도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고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되도록이면 하루하루에 집중하면서 보내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다가 어김없이 요가를 하고 딱 바라는 라테 한잔과 갓 나온 크루아상
하나에 만족해하면서 보낸 일요일이 있었습니다.
그래! 바라는 거 크게 없지. 일요일에 Sunday Baker에서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친구와 오랜만에 메시지
주고받기도 하고 누군가의 vegan 책 출판 론칭 하는 곳에 가서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잠시 명상의 시간도
가지고 그래도 정말 제대로 숙소를 구해야 좀 더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에 아주 천천히
올드 시티 내부를 거닐면서 아주 허름한 호텔에 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정말 가정집에 가서 혹시 방을 세놓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누군가 나를 불쌍히 여기어 그런 일이 벌어진 건지 어떤 여인이
들어오라면서 집이 어질러져 있지만 이러면서 집구석구석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도와주겠다고 오라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아까 커피와 크루아상 가격 정도였습니다. 커피와 빵도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어쨌든 고맙다 하고서 내일 오겠다면서 나왔습니다.
짐이 간소하면 옮기는 것도 별일 아닐 텐데 2~3달 지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옷이며 극세사 담요까지 챙겨 온 저는 어쨌든 기쁜 마음으로 옮겼습니다. 아직 그곳에서 내내 지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만 연말까지는 어떻게 무사히 보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8일부터는 도이수텝에서 명상 시간을 가지면서 한해와 중년의 삶을 버티고 있는 저를 다시금 돌아보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어디에 간다 한들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하루하루 나아
지려고 애쓴다면 그 길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아나이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이야기는 조금 더 계속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덧글은 타지에서 큰 힘이 됩니다. 어수선한 한국에서 다들 굳건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