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1920년대 버마에서 인도제국 경찰로 일하던 조지 오웰은 사형수 감방 밖에서 사형수를 기다리며 서 있었죠. 교수형이 집행되는 날이었거든요.
한 죄수가 감방에서 끌려나왔습니다. 매우 연약해 보이는 힌두교도였는데 머리는 깎여 있고 뻣뻣한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교도관들이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을 그 수갑 안으로 둘려넣어 자신들의 벨트에 묶었습니다. 펄떡거리는 물고기를 다루는 것처럼 말이죠.
여덟시 정각에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곤봉으로 이유 없이 자갈을 탁탁 내리치고 있던 교도소장이 나팔소리를 듣고 소리쳤습니다.
"빨리 서둘러. 플랜시스."
그는 초조하고 짜증스러운 표정이었어요.
"벌써 끝냈어야 하는데, 아직도 준비 안 됐나?"
사형수가 교수대로 향했습니다. 교도관 두 명이 어깨에 총을 메고 사형수 양쪽 옆에서 나란히 걸었고 나머지 두 명은 그의 팔과 어깨를 바짝 붙잡고 걸었습니다. 조지 오웰과 치안판사 등이 그 뒤를 따랐죠.
교수대까지 40야드 정도 남았습니다. 사형수는 머리를 까닥거리며, 무릎을 좀처럼 똑바로 펴본 적이 없는 듯한 인도인 특유의 자세로 구부정하게 걸었습니다. 교도관들이 그의 어깨를 죄고 있음에도, 그는 길 위의 조그만 웅덩이를 피하기 위해 발걸음을 가볍게 옆으로 옮겼습니다.
바로 그때, 조지 오웰은 깨닫습니다. 사형수가 웅덩이를 피하기 전까지는 건강하고 의식 있는 한 인간을 파괴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형수가 흙탕물이 튀는 게 싫어 웅덩이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았을 때, 비로소 이 사람은 자신처럼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장기는 악착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형 집행 10분의 1초 전에도 그의 발톱은 여전히 자랄 것이며 그의 뇌는 여전히 삶을 기억하고 방금 비켜간 웅덩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2분 후 그는 가버릴 것입니다. 한 정신이 줄어들면 그만큼 한 세상이 좁아지겠지요.
조지 오웰의 단편 <사형수>의 한 장면입니다. 조지 오웰은 경찰로 일하다 제국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작가로서의 길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