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소녀와 소년이 만났어. 아이들이었지만 서로 열렬히 사랑했지. 그들이 결혼했을 때 소년은 열여덟이었고 소녀는 열일곱이었어. 오래지 않아 예쁜 딸을 낳았지.
아기가 조금 커서 거실에서 재웠어. 이제 나이가 석 달 정도 됐고 한밤중에 깨는 일 없이 자기 시작했다고 치자. 어느 토요일 밤 오랜 친구인 칼이 말했어.
"거위들이 엄청난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있네. 그렇게 많은 수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오늘 다섯 마리를 잡았네. 아침에 다시 갈 생각이야. 원한다면 같이 가자고."
그러고 싶어요, 소년이 말했어. 그는 저녁 식사후 난로를 지폈고 아기의 목욕을 도왔어. 흐리고 추운 날이었지. 그는 거위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산탄총이 어깨에 부딪히게 될 내일은 어떨지 상상해보았어.
선택을 해. 칼과 우리 중에.
한밤 중에 아기가 울었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어. 소년은 아기를 무릎에 올려 놓은 채 가볍게 흔들었고, 아기가 눈을 감자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지. 네시 십오 분 전이었어. 거위 사냥을 가기까지는 45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어.
그런데 아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지. 이번엔 소녀가 아기를 안고 아가야, 아가야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어. 아기가 아픈 건지도 몰라. 목욕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나 봐. 아기를 봐. 아프지 않다면 왜 울겠어?
소년은 부엌에 가서 커피 물을 올렸어. 팬티와 티셔츠 위에 양모 내의를 걸치고 단추를 잠근 후 옷을 입었어. 부츠 끈을 맸어. 셔츠와 스웨터와 외투를 입었어. 부엌의 스토브 위에서는 주전자 물이 끓으며 휘파람 소리를 냈어.
"선택을 해. 칼과 우리 중에."
소녀가 말했어. 소년은 사냥 도구를 챙겨 밖으로 나갔지. 차의 시동을 걸었어. 차 앞으로 가서 차창에 달라붙은 얼음을 긁어냈어. 그러고는 시동을 끈 후 잠시 앉아 있었어.
소년은 집안으로 다시 들어갔지. 거실 불이 켜져 있었어. 소녀는 침대 위에서 잠이 들어 있었어. 아기는 그녀 옆에서 자고 있었고. 소년은 옷을 벗어버리고 긴 내의를 입은 채로 일요일자 신문을 읽었지.
20년 뒤 두 사람은 창가에 서서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어.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어. 서로 기댄 채 웃었고 결국에는 눈물이 났어. 모든 건 변해. 어떻게 변하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것은 변하지. 그래, 그건 사실이야. 다만....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지만, 소년이 포기했던 순간을 얘기하던 그 때만큼은 다른 모든 것들이 물러나 있었지.
어떤 선택의 상황, 어떤 포기. 거기까지가 사랑이야. 얘기 끝. 별 이야기 아니란 거 인정해.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그에게 달라붙어 있는 모든 것>의 한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