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백이 뭐죠?"라는 말이 화제가 된 덕분에
'알이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생긴 상태입니다.
소풍 브런치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 알이백이 대체 뭔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알이백은 'RE100'을 발음한 것입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으로,
민간기업 전력 소비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전세계 기업의 자발적인 움직임입니다.
RE100은 2014년에 다국적 비영리 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연합하여 제안한 캠페인으로 시작됐습니다.
2014년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도입되면서 현재는 전 세계 기업의 약속으로 확대된 상태입니다.
https://www.there100.org/re100-members
2022년 2월 현재 RE100에는 전 세계 34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애플,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뱅크오브아메리카, BMW, GM 등 대다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죠.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답니다.
RE100 참여 기업의 총 전력 소비량은 현재 연간 330TWh(테라와트아워) 이상인데,
다만 이 만큼의 RE100을 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RE100 참여 기업은 현재 전력 소비의 약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에는 2018년도에 이미 전 세계 매장과 법인 사무실에 RE100, 즉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했습니다. 2030년까지는 제조 공급망 및 제품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기업 활동 전반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예요.
구글, 메타, BOA 역시 RE100을 달성한 상태입니다.
IT기업과 비교하면 제조업의 이행률이 낮은 편인데,
2019년 기준으로 BMW의 이행률이 9%에 그쳤고 GM은 32%, 3M은 33%, 존스앤존스는 37%였다네요.
RE100은 기존에는 북미·유럽 기업 위주로 참여했는데
2019년에 새로 참여한 기업의 42%가 아태지역 기업이었다네요.
(대만 TSMC도 2020년도에 RE100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RE100을 달성했다는 애플, 구글, 메타 등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네..니요"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왜냐하면 RE100 참여 기업은 친환경 전력을 자가 조달해도 되고,
자가발전은 기업이 자기 시설 내 또는 인근에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해당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용량 순증효과가 가장 큰 방법이고,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에 대한 증명도 쉽겠죠.
다만 발전 설비 및 선로 등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하고, 운영·관리 책무도 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구매'는 무엇을 뜻할까요?
재생에너지 구매 방안은 크게 세가지인데요,
① 녹색 요금제는 녹색 프리미엄(green premium)과 녹색 전력 요금(green tariff)을 가리킵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전기소비자가 기존 전기판매업자에게 지불하던 전기요금에 추가 비용(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력판매업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전력량에 대해 재생에너지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인증기관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소비인증서, REGO를 발급받아야 해요)
기업 입장에서는 요금제 가입으로 추가 비용만 지불하면 되니까 접근성이 높죠.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논리에 맡기는 방식이기도 해요. 전력 판매가 자유화된 시장에서는 전기판매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녹색요금제를 판매하죠.
녹색 전력 요금은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 간에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중간에서 전력 유틸리티 기업이 중개를 하는데요, 유틸리티 회사가 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구매자는 유틸리티와 계약을 맺어서 재생에너지 전력과 인증서를 공급받아요.
녹색 프리미엄은 구매자가 발전원 종류를 선택하는 데 제한이 있는데, 녹색 전력 요금은 발전원 종류나 발전회사를 선택할 수 있답니다.
②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는 전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인증서(EAC, Energy Attribute Certificate)만 구매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사용하는데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공급했음을 증명해주는 인증서입니다.
REC는 전력과 별개 상품으로도 구매 가능하며, REC 거래 시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REC 구매의 장점은 소비자가 다양한 지역과 재생에너지 발전소로부터 REC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③ 마지막으로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은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일종 요율로 장기간의 전력 거래를 합의하는 것입니다.
여러 합의 방식이 있는데, 가장 간단한 사례는 발전사업자가 전기소비자를 위해 발전설비를 설치해주는 형태입니다. 부지 제약 등으로 전기소비자의 위치와 발전 설비의 위치가 다소 다르더라도, 요율 조정 등으로 재무계약을 맺어서 전력 구매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PPA는 전기 가격의 변동성을 헷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돼요. 발전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형태라서 전기소비자 입장에서는 '녹색 전력 요금'을 사용해 유틸리티와 계약을 맺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아울러 구매 방식 중에서는 재생에너지 순증효과가 높다고 인정받아요.
① 녹색 요금제(녹색 프리미엄) ② 공급인증서 구매 ③ 전력구매계약(PPA) 중에
현재 RE100 참여 기업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행 수단은 ②번, 공급인증서 구매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인증서 구매가 42%, 녹색요금제가 30%, PPA가 26%였어요.
다만 PPA 비율이 2015년 3.3%에서 매년 급증하고 있고, 반대로 인증서 구매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눈에 띕니다.
RE100을 처음 들으시는 상태로 여기까지 읽으신 분께서는
개념이 잡힐 듯 말 듯 하면서도
같은 생각이 드실 거 같아요.
이해하기 쉽도록 국내 기업의 참여 동인을 말씀드릴게요.
국내 기업은 사실상
글로벌 기업 등의 요구 및 압박이 거센 상태예요.
언론에서는 "RE100은 글로벌 수출 기업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새로운 무역 장벽이다"라는 표현도 나온답니다.
RE100에 참여 중인 해외 기업들은 자신들이 RE100을 달성해야 하니까
국내 부품업체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가령 BMW의 경우 삼성SDI에 전기자동차 i3에 사용될 배터리 생산 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2021년까지 100%로 맞추라고 요구했어요.
애플은 SK하이닉스 등 협력업체 등과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자며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출범했죠.
해외 투자기관들 역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할 것을 국내기업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RE100 참여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왜일까요?
사실 전 세계적인 ESG 흐름과 해외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기관의 압박으로
국내 기업들도 최근에는 RE100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하긴 해요.
그런데 기업들은 막상 RE100을 하려고 보면,
"해외와 비교했을 때 전력거래제도가 너무 막혀있다"고 얘기합니다.
위의 내용을 모두 읽어주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그리고 다소 놀라셨을 거 같은데,
전력을 다양한 상품으로 만들어서 사고 팔고, 재생에너지 인증서도 사고 팔죠.
우리나라는 전력 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지요.
'전력 직거래', 즉 전기소비자가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게 불가능해요.
한전은 전력 판매업자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해외처럼 다양한 전력요금제를 만들어서 팔기도 어렵고요.
삼성전자의 경우 2019년에 미국, 유럽, 중국 사업장에서는 전력의 92%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는데, 국내 사업장에서는 전력 수요의 극히 일부분만 재생에너지로(그것도 자가발전으로) 충당했다고 합니다.
RE100을 주관하는 클라이밋그룹과 CDP 측도 최근 2021년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아시아가 가장 많은 장벽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며 "(가장 많은) 27개 회원국이 대한민국의 장벽을 언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Asia most frequently presents barriers to sourcing experienced by members. 27 members cited barriers in the Republic of Korea.)
상황이 이렇다고 한국전력이라는 국가의 구조 자체를 대번에 바꿀 수는 없겠죠.
그래서 국내 업계와 학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및 인증서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도 민간 차원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지난해 '한국형 RE100(K-RE100)'을 도입했는데요.
이러한 국내 움직임과 기업의 변화는 다음 브런치 글에서 더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세 줄 요약
① 알이백은 RE100으로, 민간기업의 전력 소비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전 세계 기업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② RE100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구호가 아니라, '전력 및 인증서 구매' 등으로 이미 상당수 기업이 실현하고 있는 글로벌 약속이자 기업에 대한 압박이다.
③ 우리나라는 한전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는 구조라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른 상황인데, RE100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및 인증서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참고
* <국내외 RE100 운영현황 분석 및 국내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2021.11), 신훈영·박종배, 대한전기학회논문지 70(11), 1645-1654p
* [인터뷰]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는 ‘가상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