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브로콜리 펀치' 中 일부 각색
유럽의 방방곡곡을 떠도는, 이주 긴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취업을 앞둔, 이니 정확히게는 취준생을 앞둔 '취준준생' 신분이었던 난, 캐리어에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고민거리들을 함께 싣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편서풍에 올라탔다.
내 여행의 목적은, 그간 고생했던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온전한 자유의 시간이자, 두 번째 인생을 앞두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매일 완벽할 수는 없는 '여행'이기에, 중간에 휴대폰 액정이 박살난다거나 한국이 미치도록 그리워 히루종일 숙소에 박혀있던 일 같은 가벼운 역경이자 에피소드는 있었지만,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도시 속에서 석 달동안 숨쉬며 내가 처음 소망했던 자유와 힐링을 어느정도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간의 고난했다면 고난한, 행복했다면 행복한 여행을 마치고 런던발 인천행 귀국 비행기에 올라, 나는 돌아와서 취준생활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암울한 마음에 비행기에 올랐던 출국날을 떠올렸다. 취준생활이 코 앞으로 다가온 귀국길, 어쩌면 런던을 떠나기 싫었을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정반대의 감정을 느꼈다. 산뜻한 마음, 오히려 앞길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름까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석 달을 떠올리며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 어느때보다 편안히 눈을 감았다. 고개를 외로 꺾고 눈이 감기는 차에, 비행기가 부드럽게 활주로 위를 가속했다. 난 멀어지는 런던의 풍경을 조그마한 창으로 보아두었다. 더 성장한,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안녕히, 하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