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대니(나의 연인)가 자꾸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잦은 기침과 가래가 계속 생기는지 불편한 소리를 냈다. 머리를 짚어보니 열도 있다. 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하고 내가 묻자 대니는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어제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다 죽어가는 것처럼 아파보였는데 그 사람은 ‘술병’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아마 그 사람에게서 옮은 것 같다는 대니의 말에 너도 참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니는 나의 3년이 넘은 연인이다. 나랑 동갑이고, 말수가 적고, 다정하다. 우리의 연애는 1000일을 넘어 120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랑한 복숭아를 껍질 하나 없이 깎아 조금씩 조각내 그릇에 담아주는 남자다. 내가 좋아하는 그릭요거트와 복숭아를 섞어 먹다보면 이것이 사랑의 맛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걸 의심하는 나지만 대니의 다정함과 나를 향한 지극정성은 평생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가 봐온 시간동안 대니는 항상 나에게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이다 지독한 회의론자에 인간불신인 나도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왜 굳이 나란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가끔 의심이 간다. 물어도 답은 마땅히 안나온다. 그냥 너니까 좋아가 주답인데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대니는 수많은 장점을 가진 남자이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호흡기가 정말 약하다는 것이다. 만성비염을 가지고 있는 그는 가을, 겨울철이 되면 항상 콧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다. 끝없이 생겨나는 콧물을 반복적으로 풀면서도 숨쉬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 자극받은 코 속 점막에서는 피도 잘 난다. 처음 세수를 마치고 고개를 들어올린 그의 얼굴에 시뻘건 핏줄기가 흘러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지독히 나쁜 시력과 부실한 치아를 가진 나지만 코 하나는 정말 튼튼하게 태어났다. 태어나서 코피 한번 흘려보지 않은 나에게 줄줄 흐르는 뻘건 피는 호러 무비에서 볼 법한 것이었다. 비명을 지르는 내게 대니는 네 비명때문에 더 놀랐다며 아무렇지 않게 코피를 쓱쓱 문질러 닦았다. 태어나서 코피 한번 나보지 않은 네가 더 신기하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안그래도 호흡기가 안좋은데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는 호흡기가 더 안좋아졌다. 반 년정도는 아예 냄새도 맡지 못했다. 계속해서 상태가 안좋아지는 대니의 모습에 같이 약국에 가서 코로나 키트를 사왔다. 그 결과, 그와 나 모두 양성이었다. 오 마이 갓, 대니의 회사 동료가 원망스러웠다. 우리에게 대체 무엇을 주신거죠?
키트 검사를 한 후로 대니는 거의 드러누웠고 무증상이었던 내게도 증상이 나타났다. 목이 따갑고, 코가 아프고, 기침이 나오고 열이 난다. 회사에 다니는 대니는 연가를 쓰고 일을 쉬기로 했고 나는 네이버를 찾아보니 코로나에 걸려도 학교에 출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코로나 2회차로써 코로나 확진 시 일주일 안에는 전염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걱정이 됐다. 내 몸 아픈 건 그렇다치더라도 애들한테 옮으면 어쩌라고 출근이 가능한걸까? 수업하는 내내 말을 할거고 좁은 교실 안에서 같이 생활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됐다. 열은 38.5도를 넘었다. 온 몸에 근육통에 저릿거렸다. 목이 너무 따가웠다. 내가 출근이 어려우면 말이라도 일찍 해줘야 일처리하기가 편하다.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님께 연락을 했다. 키트검사를 해보니 코로나 확진이 떴는데 열이 너무 나서 이번주는 출근이 어려울 것 같아요… 미안한 말이지만 기간을 같이 말씀드려야 그 분들도 일처리하기가 편하다. 하루, 하루 끊어서 쓰면 오히려 일처리가 힘들어지니 기간을 정확히 말해주는 것이 좋다.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님 두 분 다 쾌차를 빈다며 집에서 푹 쉬라고 말씀해주셨다. 우리반 보결은 잘 되었을까, 수업은 잘 진행되고 있나.. 학기 중에 아프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2회차 코로나에 고통스러워하며 시체처럼 축 침대에 늘어져있었다. 코로나는 코로나다. 그냥 감기와는 다르다. 끙끙대는데 교무부장님이 카톡으로 죽을 보내주셨다. 우리반 보결까지 잡아주시고 죽도 보내주시고.. 이렇게 천사같은 사람들이 교직에 종종 계신다. 교무부장님 얼른 승진하세요, 저는 승진축하 화분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