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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디 Sep 23. 2024

인생의 회복탄력성에 대해서

조혜련 토크쇼에 다녀오다.

 9월 21일,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추석이 지나도 뜨거운 날씨에 모두들 비가 한번 몰아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억수같은 비가 지나면 날씨가 가라앉아 조금은 선선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담고 있는 비였다. 동시에 비가 얼마나 쏟아지는지, 이 비에 다치는 사람은 없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동시에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개그우먼의 토크쇼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있는 날이었다. 이 지자체는 왜 굳이 이 날에 이런 행사를 잡았을까, 일기예보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들었다. 그래도 한번쯤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휴무인 대니를 졸라 비를 뚫고 토크쇼를 들으러 가기로 했다.


 엄청난 비를 뚫고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우산을 쓰고 내려야 하는데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비가 쏟아지는 걸까,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차 안의 공간이 굉장히 안락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빗소리가 들리고(너무 많이 떨어지긴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귀한 것이다.


 나는 개그우먼 조혜련을 좋아한다. 조혜련씨는 오랜 삶을 개그우먼으로 살았고 공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이 말은 그녀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삶의 고통은 대중 앞에 보기 좋게 전시된다는 말이다. 나는 그녀와 일면식도 없고 말 한 마디 섞어보지 않았지만 그녀가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많은 차별을 겪었다는 것, 두 아이를 낳았다는 것, 그 아이들과 사춘기 시절 원활한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 한 때 일본 진출을 목적으로 활동을 하던 때 그녀가 한국을 비방했다는 루머로 한국 네티즌들에게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는 것, 한 번의 결혼에서 실패했고 두 번째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는 것 등을 알고 있다. 그녀의 삶의 큰 생채기들은 잘 손질된 초밥처럼 커다란 접시에 정렬되어 보인다. 공인의 삶은 이 어찌나 잔인한가!


 그러면서도 내가 조혜련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엄청나게 단단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에는 많은 상처와 한계가 있었지만 많은 부분을 그녀는 의지를 통해 이겨냈다. 그런 사람의 말은 들을 가치가 있다. 실제로 토크쇼를 시작하자마자 그녀는 아나까나 등 노래 2곡을 불렀는데 저 여자가 내 엄마와 나이가 비슷하다는 사실이 참 요상하게도 느껴졌다. 통통 튀는 활어같은 사람이었다.


 조혜련씨의 토크쇼를 들으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에 대해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삶에서 정말 바라거나, 또는 큰 역경이 닥쳤을 때 미래일기를 써보라는 말이었다. 내가 정말 이뤄졌으면 하는 것들이 이뤄졌다고 상상하여 아주 구체적으로 미래의 '나'의 입장에서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 미래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다고 했다. 내 삶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것은 뭘까, 목표가 있을까? 나의 목표는 내 이름으로 책을 한 편 내보고 싶다. 내용은 소설이나 수필에 관한 것이였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가족들과 따스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참고로 대니에게 물어보니 나와 행복하게 만수무강 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한다. 3년 내내 물어봤는데 흥미와 관심사가 나와 잘 지내는 것 밖에는 없다. 처음에는 이것도 참 심심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면 참 복이 넘치는 생각이다.


 토크쇼가 마지막으로 접어들며 조혜련씨가 요새 유명한 빠나나날라를 신나게 불러주셨다. 빠나나날라를 들으며 함께 손을 돌리며(빠나나날라는 굉장히 관객참여형 곡이었다.) 짧은 토크쇼를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도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이다. 계절별로 기분차가 있긴 하지만 한 해 두 해 지나며 밑으로 가라앉았던 내 기분을 잘 달래는 방법을 점차 익혀나가고 있다. 전쟁통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이 호화롭고 넘치는 상황인데도 불안하다고 여겼던 데에 문제가 있다. 내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금 잘 살펴봐야겠다. 우르르쾅쾅 시원하게도 울어재끼는 하늘 아래,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 날씨에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연인 옆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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