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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달고나 Dec 06. 2022

이상에 빠지다

세상이치 | 애프터서비스

지난 9월 [세상이치]란 도서를 출간했다.

고대철학부터 현대물리까지는 한 번에 엮는 통사로서의 의미가 있는 책이었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에 재미있게 만든 책이었다.

하지만

책은 생각과는 다르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이러면 대표님(!)에게도, 저자에게도 면목이 없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평가를 받아보니, 반응은 하나였다.

어렵다

물론 어려운 건 맞다. 철학이나 물리를 몇 페이지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는 없으니 어려울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난 하나하나의 철학이론과 물리이론을 이해하기보다, 철학부터 물리로 이어지는 경향을 따라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내 바람과 전혀 다르게 독자가 받아들였다면, 그것 역시 이 책을 기획하고 진행한 내 책임이다.

지금와서 책을 보면, 전반적인 흐름보다 각 철학자와 물리학자의 사조와 이론을 소개하는 데 더 치우쳐 있었다. 몰라도 되는 부분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설명하는 게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애프터서비스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듣고 나면 독자가 좀더 쉽게 이해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 글을 읽고 [세상이치]에 조금 더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물론 내가 이해한 방법이기 엄밀한 학문적 의미에서는 틀릴 수 있다.

세상이치를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으로 가볍게 봐주시기를 바란다.


플라톤


플라톤은 물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이해하려면, 당시에는 과학적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사상이나 주장을 증명할 과학적 방법이 전혀 없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현상 그리고 '논리적 구조'만 가지고 세상을 설명해야 했다. 

한마디로, '그럴 듯하면' 사람들이 믿어줬다는 말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그럴 듯한' 생각이었고 이를 반박할 증거 또한 없었기에 사람들은 플라톤의 주장을 믿었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나의 추측이다.

플라톤은 원래 정치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실패하고 여러 곳을 외유했다. 정치라는 뜻을 펴지 못한 플라톤은 이상적 국가라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것이다. 이상적 국가란 무엇인가를 사유하다가, (약간 도가 넘게) 이상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한다.

원래 이데아는 이상 국가와 같은 정치체제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윤리'를 규정하려고 사용한 말이었다. 이상적인 '윤리'나 '도덕'이 있다면 그것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그렇게 이상적인 것을 생각하다가 숫자라는 개념을 만났다.

숫자나 도형은 그 자체로 이상적이기 때문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삼각형을 볼펜으로 그렸다고 해보자. 

그 삼각형은 실제로 삼각형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선을 확대해보면 삐뚤빼뚤 해서 수많은 '각'이 보일 것이다. 게다가 삼각형을 그린 볼펜의 선은 선이 아니다. 아무리 얇게 그린다고 해도 면적이 있다. 그래서 삼각형은 이상일 뿐 내 눈 앞에 있는 삼각형은 이상적인 삼각형을 흉내낸 것뿐이다.

플라톤은 이 생각을 실제 사물에 까지 확장했다. 우리는 개를 보고 개라고 부른다. 그런데 치와와도 개고, 리트리버도 개다. 전혀 다르게 생겼는데, 그 모든 개를 개라고 인식하는 건, 이상적인 개, 즉 개의 이데아가 실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듯하다.

이데아란 이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거나 느낄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그럴 듯한 그 말을 증명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증명할 수 없는 그럴 듯한 말을 사람들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데아는 그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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