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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달고나 Nov 30. 2021

직업만족도

편집자 생활

계속 같은 책 이야기만 하다 보니, 책 홍보 같아서 (사실 홍보하는 거지만)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열흘 전 수능이 끝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수능, 정확하게 말하자면 입시에 다들 목숨을 거는지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인생 루트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높은 점수 ➡︎ 좋은 대학  ➡︎ 대기업  ➡︎ 행복한 삶 


결국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열아홉 살에 받은 시험 점수가 전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과연 그럴까? 그런 삶이 행복한 삶일까? 대기업에 다닌다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출판사 중에 대기업은 없다. 하다못해 중견기업도 아니다. 겨우겨우 중소기업 정도?) 회사에 다니는 편집자인 나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나?


그래서 혹시라도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이 이 글을 보고 도움을 받았으면 해서 두 가지 기준으로 답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모르텐 알베크의 [삶으로서의 일]에서 말하는 의미 있는 직업의 기준이다. 

우리는 (거의) 평생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삶도 의미 있다는 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나는 동의하기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예스24

1. 일을 하는 강력한 목적이 있는가

출판사 편집자만큼 강력한 목적이 있는 일을 하는 직업인도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편집자는 책을 좋아하고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목적 의식이 있다. 여기서 '좋은'이란 내가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사회적인 선과는 상관없다. 소설이든 투자 전문서든 '좋은' 혹은 '쓸모 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목적의식이 있다.


2. 소속감이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소속감이란 친분과는 다르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공동체에 소속돼 있는가 하는 점을 물어보는 것일 테다. 이 부분은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은 편집자가 소속감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같은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마케팅하다 보면 소속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3. 개인적 성장이 있는가

이건 편집자에게 필연이다. 왜냐하면 편집자는 항상 새로운 책을 읽어야 하고,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4. 리더십이 있는가

음.... 이 부분은 편차가 크다. 편집자가 회사를 관두는 대부분의 사유가 '리더십' 때문이라서 그렇다. 앞서 말했다 시피 출판사는 구성원이 적고, 대표의 개인 역량에 의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표의 리더십이 부족하면 회사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4개 항목 중에서 3개 항목은 비교적 긍정적, 1개 항목은 중간 정도라고 하겠다.


두 번째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업만족도 조사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각 직업별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아쉽게도 출판편집자 항목이 따로 없다. 그래서 조사 항목에 대해 나름 주관적인 답을 해보았다.


1. 해당 직업이 계속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문항은 앞의 문항 3번과 같은 대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패스!


2. 해당 직업에서 받는 급여에 대하여 만족하는 정도

출판 편집자가 아니라, 다른 직업이라도 '만족'에 이를 수 있을까? 원래 출판업이 박복으로 유명하지만 점차 좋아지고 있으니, 중간 정도의 평가가 알맞을 것 같다.


3.하는 일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할 수 있는가?

사실 출판 편집은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4. 업무환경이 쾌적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가?

최소한 열악하지는 않다. 몇몇 손가락질을 받는 회사도 있지만, 출판 편집이라는 게 그리 대단한 환경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기에 적당한 책상과 좋은 의자(중요!)만 있으면 된다. 또 최근 들어 야근도 없애는 추세다. (적어도 우리 회사는 없다.) 이정도면 됐다 싶다.


5. 해당 직업이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 자녀에게 자신의 직업을 권유하고 싶은가 

사회적 기여를 한다고 개인적으로 자부하고 있고, 출판 편집자라서 욕(?)을 먹은 적도 없다. 또 자식에게 책을 읽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을까? 책을 읽는 직업이라... 권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질문에는 없지만,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는 만족감이 상당히 크다.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고 해서 내가 갤럭시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한 분야에만 관여할 것이고, 대부분은 내 일이 갤럭시가 나오는 것과 별 상관 없다고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일에서 찾는 의미는 승진과 연봉만 남을 수도 있다.

모르텐 알베크가 말하는 의미 있는 삶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반면, 나는 내가 작업하는 책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므로 일의 의미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세상은 점수보다 의미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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