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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달고나 Jan 26. 2022

그 시절의 좀비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작가의 추억

2009년.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독립을 해볼까? 프리랜서로 뛰어볼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그때 황금가지에서 운영하는 웹소설 플랫폼에서 1회 좀비 아포킬립스 문학 공모전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스토리와 좀비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나름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당시는 ⟪안면도 폭동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장편 소설을 썼고, 완성도 못한 상태에서 출품했으나, (당연히) 떨어졌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소설이라 완결을 내고 출간까지 해보리라 다짐을 했는데, 네이버 웹툰에서 <지금 우리 학고는>이라는 제목으로 좀비물이 연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웹툰을 보면서 잠시 충격에 빠졌다. 좀비, 학교에 갖힌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내가 쓰고 있는 (당시까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소설과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혹시 내가 쓴 책이 아류로 취급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내가 지향하는 방행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어차피 나는 아직 책도 내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비교당할 일도 없을 거라 스스로 위안하며 완성을 시키기로 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고 어찌어찌 완성은 시키기는 했는데, 당시 내 안에 분노가 많은 상태였어서 그런지 글은 좀... 엉망이 돼 있었고, 다른 회사도 다니고 있었기에 잠시 그 소설은 그냥 '직박구리' 폴더에 들어간 채 시간만 흘렀다.

그러다 같은 공모전에 다시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2017년 그 파일을 꺼내고야 말았다.

8년만에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로 제목을 고치고 조금 더 정제해서 제출한 원고는 또 (역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조금 발전이 있었는지 황금가지 편집장님에게 나름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어떤 기획가 나에게 찾아왔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는 출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1월 28일, 당치도 않게 혼자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이 드라마화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다고 한다.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라, 이번에는 (혼자) 동지애를 느끼며 감상하고 응원해 보려 한다. K 좀비는 나름 강하니까...


덧. "죽기 싫다. 죽이고 싶지 않다"란 카피도 마음에 든다. 이 부분은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와 맞닿는 것 같다.



은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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