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eit ich ihn gesehen
내가 앞에서 말한 그 여인 기억하지?
지금부터 그 여인의 이야기가 시작돼.
너무 실제 연대와 배경을 생각하니 내가 부족해서 스토리가 너무 뻔하고 지루하게 나오더라고...
그래서 시대적 공간적 배경 무시하고 지극히 가사의 내용에 맞춰 내가 지어낸 이야기긴 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상해 보며, 설레어가며 들어 봐.
"사랑한다... 안 한다... 사랑한다... 안 한다... 사랑한다..."
알리나는 마가렛 꽃잎을 한 장씩 때어내며 이렇게 중얼거렸어.
루이스를 생각하면서 말이야.
두 달 전 알리나는 먼 친척집에 심부름을 갔었어.
가는 길에 알리나는 초콜릿 선물을 사기 위해 루벤 아저씨네 초콜릿 가게에 들렀어.
골목골목을 지나 가게 문을 열자 달콤 씁쓸한 초콜릿 냄새, 고소한 견과류 냄새, 상큼 달큼 향기로운 과일향기,
그리고 럼주와 위스키 냄새로 아주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느낌이었지.
알리나가 그 향기에 취해 있는데 갑자기 한 청년이 피가 나는 팔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거야.
모두들 놀라서 뒤로 물러서고 또 어떤 이는 비명을 질렀지.
알리나 역시 놀라서 한 걸음 물러섰는데 그 남자가 하필 알리나 앞에서 쓰러져 버린 거야.
그녀는 무척 두렵고 당황스러웠지만 그 남자가 피를 흘리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어.
알리나는 손수건과 목에 스카프를 풀어 그 남자의 팔에 묶어 주었고 정성껏 지혈해주었어.
그리고는 그를 병원까지 데려다주고 서둘러 친척집으로 갔어.
친척댁은 요즘 전쟁 상황과는 상관이 없이 아주아주 화려하고 으리으리했어.
알리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 발 한 발 들어섰어.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누군가 알리나를 부르는 거야. 바로 친척분이었어.
그 소리를 따라 응접실에 들어가니 마치 알리나가 상상하던 궁전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하나같이 온갖 장신구로 꾸미고 멋지게 차려입었어.
순간 알리나는 자신의 초라한 행색이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차림새를 훑어보았어.
그런데 옷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던 거야.
알리나도 놀라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보니 사람들도 모두 놀란 눈으로 알리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알리나는 당황하고 속상해서 울고만 싶었어.
그때 친척 어르신이 다가와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어깨에 두르고 있던 숄을 벗어 알리나에게 둘러 주셨어.
그러면서 한 젊고 잘생긴 귀족 신사를 불러서 알리나를 집까지 안전히 데려다주라고 부탁을 하셨지.
그 신사는 알리나의 손에 들려있던 작은 봉투만 친척분께 전해 드리고 점잖게 알리나를 데리고 나왔어.
알리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 신사의 차에 올라탔지.
그 신사는 어찌할 줄 몰라하는 알리나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살짝 미소 짓더니...
긴장을 풀어 주려고 시를 읊었어.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는 여름보다 더 아름답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이..." 하자.
알리나가 맞받아쳐서
"거친 바람이 5월의 고운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의 빌려온 기간은 너무 짧아라..."
알리나도 긴장이 풀린 듯 시를 읊고 둘은 바라보며 웃었어.
알리나가 다시 긴 호흡을 하고는 이어서...
"때로 태양은 너무 뜨겁게 내리쬐고
그의 금빛 얼굴은 흐려지기도 하여라.
어떤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그 아름다움이 쇠퇴하고
우연이나 자연의 변화로 고운 치장을 빼앗긴다."
그리고는 둘이 같이 읊었어.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하지 않고
그대가 지닌 미는 잃어지지 않으리라.
죽음도 자랑스레 그대를 그늘의 지하세계로 끌어들여
방황하게 하지 못하리.
불멸의 시구 형태로 시간 속에서 자라게 되나니..."
알리나는 너무도 떨리고 즐거워서 시 읊기를 잠깐 멈추고 그를 한 참 바라보았어.
그랬더니 그걸 또 그 신사는 알아차리고는 알리나를 보고 살짜기 웃으며 마지막 구절을 읊었지.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이 시는 살게 되어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라고 신사가 끝을 맺자,
알리나가 "셰익스피어 소네트 18번..."이라고 얘기했어.
그렇게 둘은 한참을 바라보았어.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로 알리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알리나도 그렇게 바라보다 점점 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에 빠져 버렸어.
그녀의 얼굴은 장미에 맺힌 이슬처럼 붉고도 수줍었어.
어느새 알리나의 집에 다 왔지.
알리나는 너무 아쉬웠어. 아마도... 아니, 확실히 그에게 첫눈에 반한듯해.
그동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느꼈던 집 앞의 마가렛 꽃들보다 그가 더 멋있어 보였으니 말이야.
그렇게 그날은 헤어졌어.
마가렛 꽃 보다 더 아름다운 그이의 이름은 '루이스'래.
그날 이후로도 알리나는 친척 어르신 댁에 신부름 갈 때마다 루이스와 종종 마주쳤어.
그럴 때마다 알리나는 그를 보면 심장이 쿵쾅거려 견딜 수가 없었어.
그런데 자꾸 입가엔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꾸 웃음이 지어져.
그렇지만 참으로 답답한 게... 그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 없어.
눈이 마주치면 늘 다정하게 웃어주지만 그냥... 그게 다야...
그게 벌써 두 달째야... 너무 고구마 백개 먹은 듯 하지? 내가 대신 미안 미안...
'알리나!'
아버지께서 밝고 아름다우라고 지어주신 이름인데 그녀는 지금 전혀 그렇지가 않아.
집 앞마당의 마가렛 꽃만 보아도 그가 생각이 나고,
세상 어딜 보아도 다 그로 보여.
그래서... 그게 너무 괴로워 차라리 눈을 감고 어둠 속에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으려 하면,
그러면 그럴수록...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가 더욱 또렷이 떠 올라서 미쳐 버릴 것만 같아.
세상 모든 것이 빛을 잃은 듯 아무 의미 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그냥 모든 게 잿빛처럼 변해버렸어.
그런데도 '루이스' 그이 하나는 너무 또렷한 거야.
그녀는 그를 만난 그 후부터 눈이 멀어버린 건 아닌지 자꾸 언니와 동생들에게 확인을 해.
그런 그녀를 위해 언니와 동생들이 공원으로 소풍을 가자고 해서 같이 나오긴 나왔지만
여전히 마음은 어둠 속에 쿵쿵 내려앉은듯해.
그냥... 집에 가서 달빛에 기대어 울고만 싶어.
자! 이제 여기서 그녀의 노래를 들려줄게.
어때?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는지...?
설명은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해 줄게.
프레이즈 별로 음정이 낮아지는 건 그녀의 울음 섞인 한숨을 나타내듯 섬세하게 그려냈지?
반주 부분을 말하자면 왼손은 그녀의 무너지는 마음처럼 저음부에서 무게감이 있어.
오른손 부분도 멜로디를 따라가되 그녀의 슬프고도 복잡한 마음을 어둡지만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어.
곡의 독일어 원문과 해석을 알려줄게.
<Seit ich ihn gesehen, glaub ich blind zu sein.
Wo ich hin nur blicke, seh ich ihn allein.
Wie im wachen Traume schwebt sein Bild mir vor,
taucht aus tiefstem Dunkel, heller nur empor.
Sonst ist licht- und farblos alles um mich her,
nach der Schwestern Spiele nicht begehr ich mehr,
möchte lieber weinen, still im Kämmerlein.
Seit ich ihn gesehen, glaub ich blind zu sein.>
<내가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눈이 멀어버린 것만 같다.
어디를 봐도, 나는 그만 본다.
꿈에서 깨어난 듯 그의 모습이 내 앞에 떠다니고,
깊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위로 떠오른다.
그 사람 외에 내 주변의 다른 것들은 빛과 색을 잃어버리고,
나는 자매들과의 놀이도 즐겁지 않다,
그저 조용히 방 안에서 울고 싶을 뿐.
내가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눈이 멀어버린 것만 같다.>
다음 이야기는 2번 곡 <Er, der Herrlichste von allen - 누구보다도 뛰어난 그이> 야.
두 번째 곡에선 알리나의 짝사랑이 또 어찌 전개될까?
나도 많이 궁금해. 이거 쓰려니 느낀 건데 평소에 연애 소설을 많이 읽어 둘 걸 그랬어.
그럼 다음번에 2번째 곡에서 만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