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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불안과 함께

브런치와 함께 이루고 싶은 나의 작가의 꿈

by 퇴근후작가

나는 어릴 적부터 눈치를 많이 보던 아이였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눌러두었고
늘 ‘성실한 아이’로 평가받고 싶었다.


불안은 내 안에 조용히 내장된 알람처럼
늘 어딘가에서 작고 집요하게 울려댔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더 열심히, 나를 몰아붙이며 살아야 했다.


“이 정도쯤은 해야 괜찮은 사람이지.”
“멈추면 안 돼. 좀 더해야 해”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끊임없이 채찍을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리 애써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불안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은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고
성실함은 어느 순간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상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었다.

회사에서의 ‘나’도, 사회가 기대하는 ‘나’도 아닌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내가 진짜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틈틈이 글을 썼다.
감정의 파편들을 붙들어 조심스럽게 문장으로 엮었다.

글은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 되었고,

그림은 내 불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창이 되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스마일 미러볼’ 시리즈다.
서로 다른 정체성과 감정을 하나의 웃는 얼굴 안에 담아
“존재 그 자체로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작업이다.
프리다 칼로, GD, 조커, 체 게바라처럼
서로 너무도 다른 얼굴들이 반짝이는 미러볼 속에 함께 있다.
복잡하고 모순된 존재들이지만, 그럼에도 빛나는 얼굴들.
그건 결국, 나 자신의 얼굴이기도 했다.


나는 이 기록들을 브런치에 남긴다.
불안 속에서도 나를 지켜낸 감정들,
그 감정이 지나간 자리의 온기를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그리고 지금, 나는 작가로 살아간다.
낮에는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리며
그 틈 사이에서 글을 쓰는 사람.


‘2인분의 삶’을 버겁지만 진심으로 살아내고 있다.


처음에는 ‘브런치 작가’라는 말이 낯설었다.
출간된 책도 없고, 청탁도 없는 내가 과연 작가라 불릴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작가는 직업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나는 삶을 들여다보고, 감정에 귀 기울이며
그 균열을 언어로 어루만지는 사람이다.

오늘도 흔들리고, 오늘도 불안하지만

그래서 나는 더욱 쓰고 그린다.


기꺼이, 불안과 함께.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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