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면서 쓸데없이 완벽주의자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굉장히 비장하게 임하곤 한다.
꽤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잘 바뀌지 않나 보다.
늘 심각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긴장을 하다 보니
맘 속은 언제나 소란스럽고
수면장애는 덤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심재휘 시인의 시 '행복'
행복도 무거워질 때가 있다는 말
다시 한번 기억하고
너무 심각해지진 말자
너무 비장해지지 말자
행복 / 심재휘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
창비시선 468.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