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에게 나의 인사발령 소식을 전했다.
엄마는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고.
그러자 딸아이가 아주 쿨하게 얘기한다.
"엄마, 받아들여!"
"어쩔 수 없는 건 그냥 받아들이는 거야.
그렇게 또 지나가는 거야"
가끔 보면 누가 엄마이고 누가 딸인지 모를 때가 있다.
이번 인사발령은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몇 해에 걸쳐 승진이 누락된 수십 명의 직원들을 제치고
나는 승진과 함께 팀장 발령을 받았다.
5급 승진과 동시에 팀장 발령은 선례가 없던 일이라 다들 특진이라 이야기한다.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운 나와 달리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더 좋아해 준다.
인사발령 공문 배포와 동시에 카톡창은 수백 개가 쌓였고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의 인사발령은 엉망징찬이었는데
이번에 내 발령만큼은 무척 마음에 든다는 선배도 있었고
고생 많았다고, 이제야 원래 자리를 찾아가게 되어 너무 좋다는 동료에
잘 버텼다고, 나 스스로 쟁취한 거니 오늘을 즐기라는 선배까지...
어느새 나는 사극 속에서 귀양을 갔다가 금의환향하는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소란스럽기만 했던 나는
승진의 기쁨은 전혀 누리지도 못하고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런 나에게 딸아이가 해준 말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해결책이었다.
그냥 받아들이면 되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
회사를 그만둘 것도 아니고
더욱이 좋은 일인데
왜 걱정만 하고 있냐는 딸아이의 팩폭~
오래만 살았지 열세 살 꼬맹이보다 대범하지 못한 엄마는
이렇게 또 딸아이를 통해 배운다.
그래, 어찌어찌 또 흘러가겠지 미리 지레 겁먹지는 말자.
그리고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잊지말고
그들에게도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