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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필 May 11. 2024

용돈 얼마나 쓰나요?

- 실수로 삭제해서 복원한 글입니다.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은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학 신입생들은 용돈이 풍족한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색해 보면 '요즘 대학생들 용돈 얼마나 쓰나요?'라는 영상을 학교별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통장 잔고를 공개하면 소정의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꺼내어 보여줍니다. 잔고가 십만 원 미만인 학생도 있었지만 어떤 학생은 거의 이천만 원에 육박하는, 어른들도 부러워할 잔고를 갖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더군요.


   영상에서 소개된 용돈 중 가장 적은 것은 한 달에 사십만 원이었습니다.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남학생이었는데 하루 한 끼를 학식으로 해결하고 교통비, 통신비 등 필수비 지출을 하고 나면 거의 쓰는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는 등 일상의 궤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달처럼 일정한 속도와 궤도로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한다고 했습니다. 용돈 일체는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는다고 하더군요.



   영상에서 소개된 용돈 중 가장 많은 것은 한 달에 백오십만 원이었습니다. 자취를 하는 역시 남학생이었고 삼시 세 끼를 사 먹으며 저녁 한 끼는 대부분 학교 밖에서 사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술 때문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술자리와 겸하는 경우가 많아 술값과 늦은 귀가로 인한 택시비가 용돈의 절반 정도를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자기는 술과 친구를 무척 좋아한다고 호탕하게 말하더군요. 용돈 중 팔십만 원은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계산기를 두드려 보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자취를 하는 학생들의 용돈 금액이 컸습니다. 먹고 자는 것이 모조리 '공짜'가 아닌 '용돈'으로 해결할 일이 되어버리니까요. 공짜든 용돈이든 대부분 부모님 돈이긴 하지만요. 2학년이 되어 신촌 캠퍼스로 옮겨 오면 지방 학생들은 기숙사비와는 비교도 안 될 비싼 자취집을 얻어야 할지도 모르니 더 쪼들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잘 아는 학생도 연세대학교 신입생이니까 당연히 송도 기숙사 생활을 강제받았습니다. 여학생이라 그런지 삼시 세 끼를 다 먹지는 않습니다. 하루 한 끼는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는데 파스타나 덮밥, 떡볶이, 수제버거, 피자 등이 주 메뉴고 만 원에서 만칠천 원 사이의 금액이 대부분입니다. 밥만 먹지 않고 카페까지 간다면 카페의 급에 따라 비용이 추가됩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카페에서 학생이 좋아하는 슈크림라테를 마시면 기본 사이즈를 선택해도 육천삼백 원입니다. 아마 그 카페는 자주 가지 못할 것입니다. 연세하면 우유였는데 요즘은 연세하면 빵이라며 나머지 한 끼는 교내 생협에서 파는 다양하고 맛있는 빵 중 하나로 해결합니다.  이때는 교내의 저렴한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곁들입니다. 가끔 속눈썹과 화장품도 사고 가끔 스타킹이나 생리대도 사고 가끔 친구 생일 선물도 삽니다. 가끔 송도에서 집으로 오는 교통비도 쓰고 가끔 서울에서 친구들도 만나서 놀고 가끔 스승의 날에는 고등학교 선생님 세 분의 선물도 사고 재수할 때의 고시생 패션으로는 살 수가 없으니 가끔 옷도 사야 합니다. 액세서리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얼마 전에 반지도 하나 샀습니다....... 삽니다...... 합니다..... 삽니다..... 합니다.... 여기에 가끔 가방이나 신발을 사는 것까지 용돈 개념에 포함시킨다면 한숨이 나는 금액이 됩니다.


   술을 자주 마시는 요즘 대학 신입생은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지만 멋을 많이 부리는 요즘 대학 신입생은 가까이에서 보고 있습니다. 간지 나는 신형 아이패드와 엄정화가 몰라를 외치며 썼던 커다란 헤드폰을 샀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염색을 했는데 하필이면 빨간색을 선택했다가 며칠 만에 다시 까만색으로 염색을 했습니다. 속눈썹 파마도 해 본 적 있고 네일아트도 가끔 합니다.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바꾸어볼까 이리저리 궁리를 합니다. 여름이 다가 오니 전문샵에서 제모도 받고 싶어 합니다. 친구가 턱 보톡스를 맞은 이야기도 합니다. 양악 수술은 무서워서 못하는데 턱 보톡스를 맞으면 돈도 별로 안 들고 통증도 거의 없는데 살 빠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아주 많은 별별 것들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도 빠지거나 늦지 않고 수업은 물론 채플까지 제깍제깍 출석하고 일주일마다 내는 리포트도 여러 번 검토하는 꼼꼼함을 보입니다. 수업도 출석해서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녹음된 파일을 다시 들으며 애벌빨래하듯 시험기간 전에 정리와 준비를 미리 합니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막 밤을 새우며 공부하고 무슨 대회에 나간다고 친구들과 영상도 찍습니다. 일 학년 때까지만 멋을 부리고 이 학년부터는 귀찮아서라도 멋을 안 부릴 거라는 믿기 어려운 말을 하면서 열심히 속눈썹을 붙이는 학생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한 몸입니다.


   재수까지 하고 대학생이 되었으니 수십 년 간 휴화산이었다가 다시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는 화산처럼 활활 타오릅니다. 타오르는 데 시간과 용돈이 필요합니다. 일 학년 때까지는 귀엽게 봐주려 합니다. 이학년 때까지도 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삼 학년 때까지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의 대학생들, 용돈 얼마나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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