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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위시 Sep 27. 2022

거창하지 않게 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만화부 활동도 열심히 했고 늘 그림을 즐겨 그렸다. 그래서인지 주변인들이 늘 너는 그림을 잘 그린다 그 재능을 왜 아깝게 썩히냐 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한창 블로그가 유행일 때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많았다. 네이버 메인에도 몇 번 올라갔다.


그렇게 나의 20대를 불태우고 나서 30대에 접어들자 먹고사는 문제와 이민이라는 거대한 벽에 짓눌리고 무언가 꾸준히 하는 것이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나니 20대의 열정은 사그라들었고, 10년 가까이 그림과 글을 접고 나니 내 실력은 초등학생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한국에 와서 출판사 에디터인 동생이 고이 모셔둔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불타오르는데, 늘 '에이 나 같은 솜씨로 무슨'이라고 하며 멈추게 된다.


그림은 더더욱 심하다. 10년이 다 뭔가. 대학에 들어가고나서부터 그림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며 손에서 펜을 놓은 지가 한참이다. 그나마 있던 재능 아닌 재능이었는데 그마저도 닳아빠진 수준이 되었다. 작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는 마음먹고 태블릿을 사서 다시 그림연습을 하겠다고 해놓고 작심삼일이 된 지 오래다. 태블릿은 현재 넷플릭스 보는 용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태블릿 위에 놓인 삼성 펜을 볼 때마다 양심의 가책이 조용히 옆구리를 찔러오지만 그림 앱을 켜는 것보다 넷플릭스 앱을 켜는 것이 훨씬 쉽다.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게 되었나 짧게 고민해보니, 내가 글과 그림을 무언가 거창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와중에 동생이 브런치에 본인의 이야기를 기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도 그럴 용기를 얻게 되었다.


거창한 일이 아닌, 내 이야기. 사실 너무 지루하고 길고 고단한 이야기이지만, 어딘가에 쏟아내고 나면 스스로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 이야기를 브런치라는 창구를 통해 한번 꺼내보려 한다.


2015년부터 시작되어 2022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나의 아주 오래된 난임 일기.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느리고 느린 난임, 해외에서 하는 시험관 시술,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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