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여백을 채우는 자본과 기술
자유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경제 원칙은 인위적인 동력 없이도 자가발전하며 자기 역할을 한다. 아직은 이런 변화에 적응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사고 범위를 벗어나 상상을 뛰어넘는 분야로 활동무대를 넓혀갈 것이다.
현지인이야 상관없지만 외부인이 정착해야 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요즘 같이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는 직장동료와도 사적으로 교류하기 쉽지 않다. 회사와 업무를 벗어나면 서로의 영역으로 흩어진다. 운이 좋아 멀지 않은 곳에 친구나 지인이 살고 있지 않은 이상 인위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동네친구'라는 말에서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광고의 메시지는 친구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 '동네친구'는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주선자의 역할을 한다.
얼마 전에 그만둔 우리 회사 직원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자취생활을 했다. 서울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그 직원의 유일한 교류 대상은 여자 친구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고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그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고 본래 집으로 돌아갔다.
인간은 외로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혼자 싸울 수 없다.
내 마음속 '동네친구'는 일상적이고 다정하면서 추억이 깃든 말이다. 다투고 싸우면서도 다시 함께 신나게 놀던 기억이 아련하다. 추억은 그때에만 머물러 있거나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라는 각 점은 서로를 잇는 타임라인 위에서 연속성을 가진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도 하지 않나. 누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할 시기가 온다. 추억은 그 난관을 이겨낼 힘 중 하나다. 동네친구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말 자체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던 말이 이제는 별나게 느껴지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