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 그릇 Mar 16. 2022

어플 이름이 '동네친구'

인간관계의 여백을 채우는 자본과 기술

얼마 전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광고 하나가 눈에 띄었다. 동네친구라는 이름의 어플 광고다. 위치를 기반으로 이성 친구를 찾아주는 어플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그냥 친구를 찾아준다고 하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잠시 생각해보면 몇 가지 키워드가 떠오른다.






상업성


'동네친구'는 무료 어플이다. 앱스토어에 들어가 보면 비슷한 어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어플은 광고효과나 직접 판매를 통한 상업적인 이득이 목적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의 흐름은 필요한 곳으로 시의적절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 돈의 흐름이 '동네친구'를 만들어냈고, 하나의 영역을 개척했다. 인간관계의 여백을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채우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합리적이고 이용자 지향적이다. 감성적, 심리적 부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시대적 상황에도 부합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경제 원칙은 인위적인 동력 없이도 자가발전하며 자기 역할을 한다. 아직은 이런 변화에 적응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사고 범위를 벗어나 상상을 뛰어넘는 분야로 활동무대를 넓혀갈 것이다. 




외로움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40%를 넘었다고 한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인식의 변화로 이 추세는 계속 상승하는 중이다. 취업과 직장생활을 위해 대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반대로 도시에서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1인 가구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현지인이야 상관없지만 외부인이 정착해야 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요즘 같이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는 직장동료와도 사적으로 교류하기 쉽지 않다. 회사와 업무를 벗어나면 서로의 영역으로 흩어진다. 운이 좋아 멀지 않은 곳에 친구나 지인이 살고 있지 않은 이상 인위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동네친구'라는 말에서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광고의 메시지는 친구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 '동네친구'는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주선자의 역할을 한다. 


얼마 전에 그만둔 우리 회사 직원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자취생활을 했다. 서울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그 직원의 유일한 교류 대상은 여자 친구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고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그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고 본래 집으로 돌아갔다.



인간은 외로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혼자 싸울 수 없다.




추억


나의 어린 시절의 하루는 지금 학생들처럼 타이트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모여 이제는 전통놀이가 되어버린 구슬치기, 팽이치기, 비석치기, 딱지치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반가운 이유도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정작 '오징어 게임'은 안 봤음)


내 마음속 '동네친구'는 일상적이고 다정하면서 추억이 깃든 말이다. 다투고 싸우면서도 다시 함께 신나게 놀던 기억이 아련하다. 추억은 그때에만 머물러 있거나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라는 각 점은 서로를 잇는 타임라인 위에서 연속성을 가진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도 하지 않나. 누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할 시기가 온다. 추억은 그 난관을 이겨낼 힘 중 하나다. 동네친구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말 자체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던 말이 이제는 별나게 느껴지는 시대다.




작가의 이전글 답이 없다고? 그게 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