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OPHYSIS Oct 20. 2023

더 위에서 무한히 펼쳐두고 보면

내면소통, 반야심경,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 불안, 장자

1.

장자의 사상이 신기하게도 어떤 자유로움을 준다. 배운 것, 따르던 믿음, 희망한 것, 노력한 것 등 내가 애써온 많은 것들이 한낱 잠시 불다 간 바람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이제는 어느 한 주장이나 열망에 집착하거나 기대는 일이 줄어들었다. 모든 사람은 사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다 죽음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선 똑같다. 그 속에서 삶이 뭐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지 답을 찾으려다, 삶의 이치란 이런 것이다 하는 다양한 암시와 사상 속에서 비틀거리기도 하며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다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은 비틀거리고 있다는 인식 없이 바로 이 길이야, 왜 다른 사람은 모르는 거야? 하며 맹목적으로 그 길로 나아간다. 내면에 꿈틀거리는 다른 길(신념)이 옳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꽁꽁 숨겨두고 외면한 채. 더 위에서 보면 더 길게 아니 무한히 펼쳐두고 보면 얼마나 유한하고 제한된 미물끼리의 아등바등하는 하찮은 싸움이며 번뇌일까 싶다. 일련의 일들이 나의 시간을 통과해 간다. 그 속에서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가 어디까지 겸허해져야 하나를 새로이 보게 되며 머리를 숙이게 되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한 호흡, 한 호흡 더 자주 알아차리며 여기에서 숨 쉬며 존재하고 있음을, 극히 찰나에 불과한 오늘을 살고 있음을,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해 주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매 순간 알아차리며 감사하게 된다.




2.

<장자>를 읽기 전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을 읽고 내 삶의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연이어 <반야심경>,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 <불안>을 읽으며 그동안의 신념 같은 것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다. 그 네 권의 책 이후에 장자를 접하니, 대충 들어온 장자가 새롭게 다가온다. 김주환 교수님 덕분에 알게 된 다섯 권의 책*과 그 안의 핵심 사상이 일상에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반야심경과 장자는 정확한 도서를 추천하시진 않아 임의로 골라 읽었는데 만족스러웠다.




3.

<장자(장자 지음, 김원중 옮김)> 중

'큰 지혜와 작은 지혜 2.2'


“위대한 지혜는 너그럽고 여유롭지만 세속의 소소한 지혜는 엿보면서 따진다. 위대한 말은 담담하지만 사소한 말은 수다스럽다. 사람은 잠들어서는 꿈을 꾸고, 깨어나서는 형체가 활동하는데 사물과 접하여 어지럽게 되니, 날마다 마음속으로 다툰다. 마음이 너그러운 자, 심각한 자, 세심한 자가 있고, 자잘하게 두려운 것에는 깜짝깜짝 작게 놀라지만 크게 두려운 것에는 멍하니 정신을 잃는다.

쇠뇌나 활처럼 튕겨 나가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맹세한 것처럼 고집하는 것은 승리를 지키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가을과 겨울처럼 쇠약해가는 것은 날로 기운이 없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탐욕이 하는 일에 빠져들면 되돌릴 수 없다. 묶인 것처럼 억눌린다는 것은 늙어서 더욱 심해지는 것을 말한 것이니, 죽음에 가까이한 마음은 다시 회복될 수 없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억측 탄식 변덕 고집, 경박 방자 과시 허세는 마치 음악소리가 텅 빈 곳에서 나오고 수증기가 버섯을 키우는 것처럼 감정이 밤낮으로 앞에서 서로 바뀌지만, 그것이 싹트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만두자, 그만두자! 어느 아침저녁에 문득 이것을 터득하니 아마도 말미암은 바가 있어서 생긴 것인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