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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 요론트Yir- Yoront족의 쇠도끼

구침지희(九鍼之戱)


호주 서쪽에 거주하던 이르 요론트족은  1930년대까지도 자급자족 공동체,  채집과 방목을 중심으로 생활의 터전을 이어 같던 부족이었다.  김정운교수의 책  < 남자의 물건>  에서처럼 남자들이 집착하며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는 물건, 세월과  연륜으로 만들어지는 남성의 상징  [돌도끼]는  이 부족을 지탱해 주던 사회적 질서이며 권력이었다.   돌도끼를 만들기 위해선 성인 남자 혼자 돌을 마을까지 들고 올만큼의 근력과 끈기를 필요로 했고. 나무자루를 붙이는 아교와 송진을 채취해서 녹여 붙이는 과정도 상당히 복잡하다.  이 모든 노하우는 성인  남성에서  성인식을 마친 성인 남성에게만 전수되었다.  성인남자 한 명당 돌도끼가 하나씩 주어졌는데 땔감, 사냥, 요리하는 것까지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돌도끼를 쓸 일이 많았다. 그렇기에 돌도끼를 소유한 성인 남자에게 항상 부탁을 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돌도끼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들이 중심이 되는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성탄절 기념 선물로 선교사가 주민들에게 쇠로 만들어진 손도끼를 선물로 주게 된다. 쇠도끼 하나는 이부족을 파멸로 이끈다.  더 이상 아쉬운 소리 하며 돌도끼를 빌려야 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들과 아이들은 성능 좋은 쇠도끼를 아무 때나 쓸 수 있다는  여유로움과 편리함에 익숙해져 더 이상 남자 어른들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심리적 반항심이 부족전체로 펴진다.  부족공동회의에서 쇠도끼를 선교사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결정하고 돌려주었지만 쇠도끼의 성능과 효율성을 맛을 본 부족 전체는 전통적 질서가 사라져 버린다.  물론 쇠도끼 말고도 더  복잡한 역사, 지역, 기후, 정치 같은 많은 이유를 들어  Lauriston Sharp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표면적으론 이르 요론트족은  그 후 자생력을 잃고 호주 정부에 의해 차례로 격리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기술의 진보는 사회의 역학구조를 바꾸고, 기존 가치와  신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역할을 한다.  


Steel Axes for Stone-Age Australians   

Lauriston Sharp    Human Organization

 Published By: Society for Applied Anthropology.   

미네소타 대학 이르 요론트 족  쇠도끼 발췌



빌리는 미스터 콥이  아들같이 아끼는 13 살 된 Collie 견으로 잡지책 모델처럼 멋진 털과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불행히도  5살도 안 되었을 때 osteoarthritis 골관절염이 시작되었다.

관절 영양제도 먹고 소염진통제를  3년 정도 복용 했었는데 매일 먹는 장기간의 소염진통제로 혈액 검사상 에서  간수치와 신장수치가  너무  많이 올라가서 5년 전부터는 소염진통제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한방침과 한약을 먹이며 치료를 해오고 있다.  나이가 많아져서  몸이 더 찌뿌둥해서인지, 참을성이 없어져서 그런지 최근엔 침 맞을 때 더 아파하고 많이 움직인다.  나도 땀을 흘리며 진을 빼고 , 옆에서 보고 있는 미스터 콥도 맘이 편치 않은 것 같다.  


“ 호주에 사는 여동생도  빌리 같은 Collie 견을 키우는데,  

Librela 란 신약을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로 작년부터 맞기 시작했는데…. 치료효과가 너무 좋다고 하던데 “


“ 네 저도  호주나 다른 나라에선  벌써 쓰고 있다고 들어 는 봤는데,  올해  여름쯤에 미국식약청에서 승인만 떨어졌지  아직 까지  상용화가 안 되었습니다.  “


제품명 Librela   성분명   (bedinvetmab injection)

2023년 5 월 5일 자 미국 식약청 공식 홈페이지  발췌

FDA Approves First Monoclonal Antibody for Dogs with Osteoarthritis Pain. May 5, 2023

https://www.fda.gov/animal-veterinary/cvm-updates/fda-approves-first-monoclonal-antibody-dogs-osteoarthritis-pain 

한 종류의 동일한 플라스마세포에서 나오는 항체를 단일클론 항체  Monoclonal Antibody라고 한다. 컴퓨터 공학의 도움으로 Immunology 면역학, molecular biology 분자 생물학,  biochemistry 생화학의  방대하고 복잡한 수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된 연구 환경이 편리하게 작업을 도와주게 된 후  Engineered protein공학적 항체를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시험관내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결론부터 간단히 요약하면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에  표적 단백질이 붙어서 신경들이 신경전달물질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을 못 느낀다.  표적 단백질이기 때문에 간과 신장에 거의 부담을 주지 않는다.   기다란  장침을 최소한 9개에서 20 개 이상 환자의 털 밑에 숨어있는 혈자리를 찾아,  손가락 끝으로 근육과 뼈 사이에 있는 정확한 혈자리를 지압하듯 지퍼가며  최대한 깊숙이 찔러놓고  환자를 보정한 채로  움직이지 않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한방침과 비교한다면 ,  단 몇 초 만에  주사 한방만  맞추면 되고 또 피하 주사라  근육까지 깊이 들어가는 침에 비교해서 , 환자도 별로 아파하지도 않는 이 새로운 치료 방법은  개와 고양이  osteoarthritis 골관절염엔 혁명적인 치료방법이 될 것 같다.



구침지희(九鍼之戱)는 화타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침술법으로 살아있는 닭 몸 안에 9개나 되는 침을 박아도 조금도 아파하거나 죽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신의경지의  침술법이다. 닭의 내부장기, 골격, 근육, 정확한 혈자리를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고도의 기술이다.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당시 조선 최고를 자부하는 어의 양예수를  한방에 꺾어 그를 평생 치욕과 자격지심에  갇혀 살게 한  구침지희 대결은 소설과 드라마에  자주 사용 되었다.   한의학과 한방침술은 어릴 적부터 배우고 싶었던 나의  꿈이며 , 허준선생은 내 인생의 롤모델이었고 지금까지도 나는 동의보감의  신봉자이다.  

 미국에서는  중국 전통수의학이 우리 고유의 한방수의학 보다 더 알려져 있고 자격증도 중국 전통수의학회와 International veterinary acupuncture society서 관장하기 때문에  나 또한 중국인 교수들이 주류인 기관에서 발행한  certified veterinary acupuncturist  수의 한방침술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개와 고양이에선  사람의 혈자리에 비교해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고  약간 비껴 나는 혈 자리가  몇 개  있긴 하지만  폐경(肺經), 대장경(大腸經), 위경(胃經), 비경(脾經), 신장경(心臟經), 소장경(小腸經), 방광경(膀胱經), 신장경(腎臟經), 심포경(心包經), 삼초경(三焦經), 담경(膽經), 간경(肝經) 12 경락들은 똑 같이 쓰인다. 기경팔맥 중 독맥(督脈)과 임맥(任脈) 은  내가  12 경락보다 어쩔 땐  훨씬 많이 사용하는 혈자리들이기도 하다.   한약재 선택 시엔 엄격하게 음양오행설을 따른다.  환자의 상태도 태음(太陰), 소음(少陰), 궐음(厥陰), 양명(陽明), 태양(太陽), 소양(少陽)과 계절에 따른 에너지의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지감·조식·금촉 수련을 바탕으로  내  하단전의 응축된  몸속의 기운(氣運)을  운용하여  환자의 기운의 통로인 경락을 활짝 열어  신체 각각의 장기와 장부를 조절하는 에너지의  순환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침술법을  고집하기 때문에 하루에 4 케이스 이상은 보기 힘들다.     Librela란 신약이 시중에 풀리게 되면 주사 한방에  osteoarthritis 골관절염을 관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된다.  6개월 전에  본인이 의도치 않게 나를 물 먹였던  몬트로스 병원 닥터 샌더스도 ( 얻어걸린 날 얻어터진 날 참조 )  다량으로 Librela를 들여와  대대적으로 선전하게 되면 osteoarthritis 골관절염으로 침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많이 떠나게 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 왔고 연습해 왔던 한방침과 한의학적 지식들이 이르 요론트 족  돌도끼와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참 허탈하다.  그래도 몬트로스 병원 닥터 샌더스한테 만큼은 환자들을 빼앗길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해  제약회사 세일즈 직원 제니퍼한테 전화를 걸었다.

 

“ 제니퍼 잘 지냈죠?  하 하 하 , 저번에 나한테 Librela  미리 주문하라고 우리 병원  왔을 때  내가 바빠서  담에 오라고 했잖아요.  그땐 정신이 없어서  그냥  보내서 미안해  ( 사실 한방침과 경쟁하는 제품을 들고 와 선주문까지 하라는데 어이가 없어서  얼굴까지 빨개져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  혹시 샘플 같은 거 있을까?  급하게 찾는 손님이 있어서 그러는데  호호호 ( 이럴 땐 최대한 비굴하게 웃어야 한다. ) “


“ 수요가 너무 많아서 둘 달 넘게 기다려야 해요 , 그래서 제가  미리 주문하시라고 말해 주러  간 거였는데.   샘플도 그때 가져갔었고요, 근데 관심을 안 보이시길래,   저는 필요 없으신 줄 알고 남는 샘플들  다른 병원 다 나눠 줬어요  “


“ 아 그랬구나,  혹시 본사에 부탁 좀 해줄 수 없을까?  지금 급히 필요한 애가 있거든 많이 아파해서 말이야   ( 빌리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 같아,  사실 빌리네 집에선 몬트로스 병원이  우리 병원보다 차로 3분 정도 더 가깝다. ) “   


“ 그럼 몸무게 별로 2 박스씩 선주문 선결제까지  해주시면 다른 병원에 갔던 샘플 두 개 얻어다 드릴게요 “   


다음날 나는 미스터 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미스터 콥, 제가 Librela   구했거든요. 다음 주 월요일 까진 도착 할거 같아요. ( 다른 병원 가지 마시고  빌리 , 제가 끝까지  치료하겠습니다. )


‘허준 선생님, 나에 스승이시여 , 제가 주사제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 현실과 타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절대 구침지희(九鍼之戱)에 대한 배신이나 도전이 아니며 ,  한발 물러서서  더 큰 뜻을 도모하여  

두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세력을 규합하기 위함이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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