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그들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타인의 마음에서 드러난다.
아이의 잠든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도 잠시 저와 같이 만든다. 무해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뿐만 아니라, 대상이 누구든 내게 소중해진다. 그런 상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잠시 강해지기도 한다.
어른의 잠든 모습은 이상하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지난 생이 사진처럼 내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참 고되었겠다...' 누구든 그랬다.
나보다 항상 먼저 잠에 드는 그.
잠들기 직전까지 도를 넘게 까불거리고, 평생 안 봐도 그만이다 싶게 사람을 화나게 하고, 너는 너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사는구나 싶어도, 그의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측은한 마음이 가득 들어찬다.
하루하루 당신의 세상에서 당신이 짊어진 책임을 다하고 사느라 고생이 많겠지...
함께 살지만 서로가 대신 지어줄 수 없는 각자만의 짐이 있다. 나는 나대로, 저는 저대로의 짐을 성실히 지는 것으로 모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하며 산다.
물끄럼한 시선 속, 어느덧 내 마음에는 그 짐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나타난다. 그러면 내가 좀 더 살뜰히 돌볼걸... 나의 부족한 돌봄에 그가 당연히 여기고 사는 불편함이 있는 게 미안해진다. 더 잘해줬어야 했다.
어른의 자는 모습은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보호본능을 일깨웠다.
살면서 내게 온갖 미운 꼴을 다 보이고도 어쩜 내 앞에서 저리도 무방비 상태인가.
그 순간 잠든 그의 얼굴은, 나를 향한 절대적인 신뢰를 말하고 있다. 그런 상대에게 가장 편안한 쉼이 될 수 있도록 그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게 그의 잠든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는 날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순서 없이 그의 과거로 들어간다.
자취를 하며 다녔다던 첫 직장,
아르바이트를 성실히 했다던 대학 시절,
철부지 고등학생 시절, 가난한 도시 가족들, 택시 밑에 깔렸으나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았던 개구쟁이, 집집마다 밥솥을 열고 다녔던 아기.
그리고 나의 타임머신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그에게 머문다.
친한 친구가 돈이 생겼다며 시내에 나가자고 그를 불렀다.
둘은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탄다.
친구는 오만 원을 보이며 "오늘 배 터지게 먹게 해 줄게." 하고 호기롭다.
둘은 맛있는 것을 실컷 사 먹고, 만화방에 가서 마음껏 만화를 볼 계획이다. 용돈 궁한 어린아이 둘이 오만 원을 들고 얼마나 신이 났던지, 보는 나까지도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기 몇 정거장 전, 그들은 돈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챘다. 그 돈을 찾겠다고 골목을 뒤져가며 해가 지도록 걸어서 가던 길을 돌아왔다.
그가 어느 날 재밌는 에피소드라고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웬수같다.
내게 진짜 타임머신을 탈, 딱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서너 개의 순간들 때문에 고민을 심각하게 하겠지.
그리고 돈을 챙겨서 그날의 그들에게 도착한다. 그의 친구가 오만 원을 잃어버린 그 순간에 도착한 나는 슬그머니 친구의 주머니에 챙겨간 돈을 넣어주고는, 이왕 간 거 그 바보 둘이 무사히 시내에 도착해 배가 터지게 맛있는 것을 사 먹는 것까지 보고 와야지...
이 웬수 때문에 딱 한 번의 타임머신 기회를 날려버릴 것을 생각하니, 늘 잠든 모습을 오래 바라보는 날이면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