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Sep 14. 2024

<2년차 귀농인의 하루>죽음

- 귀농 2년차에 경험한 여덟번째 이야기

  “새해도 밝았으니까, 얼굴 한번 봐야지?”

  2024년 1월초 내가 근무했던 직장에서 보스로 모셨던 박대표님이 전화를 했다. 같이 근무했을 당시에, 박대표님과 나는 포장마차에서 자주 술잔을 기울이곤 했었다.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몇 년 뒤에 박대표님이 다른 직장으로 옮겨갔지만, 우리는 가끔씩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곤 했다. 

  “박대표님이 시간을 정하세요. 가능하면 그 날짜에 맞출께요.”

  그렇게 우리는 만날 날짜를 정하였다. 드디어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짜가 하루 뒤로 다가왔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쉬고 있으려니까, 문자가 왔다. 

  ‘박ㅇㅇ 前신규사업기획실장 본인상, 장례식장: …, 발인일자: …’

  문자 내용을 두번 세번 확인하였다. 다음 날 만나기로 한 박대표님 본인상 소식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며칠 전에 통화해서 내일 만나기로 한 사람인데, 왜 갑자기 돌아가신거지?’

  문자 내용에 있던 연락 가능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박대표님의 가족인 듯했다. 

  “어제 친구들과 북한산 등산을 했어요. 그리고 난 후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거예요.”

  가족들도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서 경황이 없는 듯했다. 

  다른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렸다.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그것도 만나기로 한 날짜의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바로 옆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이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저 세상으로 갈 나이가 되었지.’

 ‘죽음은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거지?’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저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내가 아직 건강하기 때문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이제는 고민해야할 때라는 인식이 들었다. 


  한참 뜨거운 2024년 여름 어느 날, 대학교 동기들의 카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서ㅇㅇ 前 대표, 본인상, 장례식장: …., 발인일자: … ’

  서대표는 나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지도교수님 밑에서 공부한 사이였다. 가끔 만나서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위암 투병을 한다고 했다. 그동안 소식이 없어서 좋아 지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는 선배가 아니라 같은 나이의 동기도 운명을 달리하는구나.’

 서대표의 소식을 듣고 한동안 우울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주 뒤에 또 다른 부고 문자가 날아왔다. 

  ‘박 ㅇㅇ 前 사장, 본인상, 장례식장: …, 발인일자: …’

  나의 前 직장에서 보스였던 분이다. 2006년으로 기억된다.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내가 소속되어 있던 팀의 팀장으로 부임하였다. workholic이면서 저돌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공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다들 무서워했던 분이었다. 이 분도 술을 좋아해서, 나는 박사장님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박사장님은 나와 1년동안 같은 팀에 있었고, 그 뒤에는 승승장구해서 사장자리까지 올라갔다. 은퇴한 뒤에는 대전 대둔산에 있던 별장에서 주로 지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대장암에 걸려서 수술을 받았단다. 

  내가 횡성으로 이사를 하고, 자그마한 밭을 사서 농사를 짓고 있을 때였다. 2023년이었다. 밭 근처 청태산을 등반하고, 내 밭으로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만난 박사장님은 건강해보였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는데, 식사량도 제법 많았다. 명절때마다 안부인사를 드리고, 내가 재배한 토마토도 보내드리곤 했다. 그때마다 ‘얼굴 한번 봐야지.’라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이제 만날 수 없는 분이 되고 말았다. 


  어느 날 TV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죽음’은 사람의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예요.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매일 매일을 잘 살면 되는 거예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 마음에서 ‘죽음’은 여전히 두려운 단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죽음을 두려워한다. 현세에서 맺은 인연들과 헤어짐이 싫은 것이다. 아니 잘 모르는 죽음이후의 세계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서 가끔 떠오르는 다음 질문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매일 매일 행복하게 사는 것이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는 최선인가?’

작가의 이전글 <2년차 귀농인의 하루>잡놈 대응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