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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6. 2024

<농촌에서 살아보기 퇴고글> 첫 수확, 그리고 판매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서른번째 글

  내가 산채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동료들이 이미 꽈리고추를 다 수확한 뒤였다. 꽈리 고추는 잘 자라서, 싱싱하고 예뻐 보였다. 그날 수확한 꽈리고추는 3개월동안 재배한 결실이었다. 첫 번째 작품이어서 애착이 갔다. 변하지만 않는다면, 먹거나 팔지 않고 영구 보존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2022년 6월 말에 접어들면서,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내내 비 예보가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은 오전 9시에 모여서, 날씨 상황에 맞게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비가 오게 되면 고추 수확과 같은 외부 작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 일정을 진행해야 했다. 일찍 아침식사를 한 뒤 잠시 쉬고 있는데, 7시 30분에 주차장에 모여서 고추를 따러 간다는 문자가 떴다. 나는 원주에서 부지런히 나섰지만, 갑자기 일정이 변경된 터라 고추 밭이 있는 둔내면 삽교리에 8시 30분쯤에나 도착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 새벽 5시부터 교장선생님 부부가 고추를 따기 시작했고,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땄단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4킬로짜리로 3박스 분량을 수확했다. 뒤늦게 합류한 나는 동료들이 따온 고추를 포장하는 작업을 함께했다. 


  포장된 4킬로짜리 박스 세 개중에서 한 박스는 신반장이 사기로 했고, 나머지 두 박스를 태사유통과 농협에 각각 출하해보기로 했다. 태사유통은 산채마을 근처에 있는 소규모 농산물 유통회사인 반면, 농협은 농어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큰 기업이다. 이 두 곳에서 형성되는 가격 수준을 비교해보고 싶었다.

   태사 유통 사무실에 가니까, 책상 위에 전날 전국 각 지역에서 열린 농산물별 경매 결과가 놓여 있었다. 꽈리고추는 여러 지역으로 출하되는 데, 청주지역의 전날 낙찰가격이 4키로그램 한 박스에 32,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래서 우리는 청주로 보내달라고 했다. 다음 날 메시지로 27,000원으로 낙찰되었다는 결과를 받았다. 우리가 고추를 약간 늦게 따는 바람에, 너무 큰 것들이 섞여 있어서 가격이 낮았을 것이라는 김대표님의 설명이었다.

   농산물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급에 따라 결정되기에, 시기적으로 수확량이 적을 때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또한 꽈리고추의 경우 고추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가격이 떨어진다. 먹기에 적당한 크기여야 하고 그 시기의 고추 껍질의 식감이 좋다. 물론 색깔이나 생김새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농협에 가서 전날 경매가를 보니까, 2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태사유통에 비해서 너무 낮은 가격이었다. 농협은 보통 대규모 물량을 출하하는 곳인데, 대규모로 매입하는 중간상들이 사가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어디로 보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소규모 박스의 경우 인천쪽으로 많이 보낸다고 한다. 우리도 인천쪽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날 받은 우리 꽈리고추의 경매 결과는 역시 2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그동안 농산물을 사먹는 내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싼 것을 찾았다. 이제 농산물 공급자 입장에 서니까,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우리의 첫 출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협은 일반적으로 민간 유통회사보다 경매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우리와 같은 소규모 물량을 출하하는 농부한테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뒤 우리는 유통망에서 농협을 제외하게 되었다.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농산물 유통망중에서, 우리가 경험한 첫번째 유통망이 바로 태사유통과 농협이었다. 그 뒤 수확한 여러가지 농산물을 판매해 보니까, 농협보다는 민간 유통회사가, 민간 유통회사보다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직거래가 가장 낮은 가격에서 살 수 있는 구조였다. 여러 번의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게 되면,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소비자 가격은 일반적으로 경매가격의 거의 2배 정도 높게 형성되곤 한다. 

  직거래가 소비자와 농부간 win-win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직거래 구조는 농산물의 품질 보장이 관건이다. 경매는 전문가들이 농산물의 품질과 수급량에 따라서 가격을 결정하는 반면, 직거래는 소비자가 품질을 판단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의 농산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품질평가체계가 직거래 활성화의 관건이다. 농부 입장에서 직거래가 쉽지만은 않다. 먼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소비자를 직접 찾아야 한다. 다양한 쇼핑몰이나 네이버 카페, 스마트 스토어 같은 곳에 입점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판매업 허가를 받아야 하거니와 쇼핑몰에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와의 직거래나 온라인 판매에서 특히 어려운 점은 농산물의 세척과 포장작업, 발송업무를 농부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확 시기에는 농사 일로 바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직접 진행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결국 추가적인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판매량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꽈리고추의 첫 수확 이후 다양한 농산물을 출하하면서, 나에게 맞는 적절한 유통망을 찾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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