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2년차에 경험한 열두번째 이야기
“토마토 뿔나방 때문에 토마토들을 다 뽑아 버렸어요. 양액재배를 하고 있는 아들은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고 화학 농약을 쓰기로 했고요.”
안흥면에 사는 멘토에게 보리씨를 얻으려고 방문하였다. 집 앞마당에 앉아있던 사모님께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다. 10월초는 추수를 한참 할 때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올해 농사 잘 지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러자 사모님이 한숨을 쉬면서, 토마토는 작년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수확을 못했다고 말했다.
집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토마토 하우스를 돌아보니까, 역시 텅 비어 있었다. 보통 11월까지도 수확하는 멘토의 밭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농사를 잘 짓는 멘토였기에 더 놀라웠다. 친환경 농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작년에는 ‘토마토 뿔나방’이라는 해충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 해충은 외국에서 들어온 해충으로 번식력이 강하고, 토마토 잎과 줄기, 열매를 갉아먹는다. 더군다나 토마토 열매 내부에 세균을 퍼트려 2차 피해까지 준다고 한다.
올해 이 해충의 피해는 비단 강원도뿐 아니라 충청, 경기, 전북 등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친환경 약제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관행농가에서는 화학 약제를 통해 방제가 가능해서, 그 피해가 크지 않았다. 반면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그러면서 친환경 농법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은 친환경농가에 대한 토마토 뿔나방 피해가 심각할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어요.”
얼마전인 2024년 10월초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농촌진흥청 대상으로 한 국감장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그렇지 않아도 친환경 토마토의 판로가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재래농에 비해서 크게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나와 같은 소규모 토마토 농가들은 친환경에 따른 비용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토마토 뿔나방과 같은 병해충의 피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되자, 친환경 농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이상 기온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건강에 좋은 친환경 농사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긴축 재정정책으로 인해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재정지원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큰 틀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