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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Dec 07. 2024

틀리면서 배우는 법

NIM, 저원가성 예금, BIS

신규 투자 Model Portfolio 구축 작업을 진행하게 된 하루로 오늘 투자 대상은 국내 은행 중 한 곳입니다.


늘 이야기했듯이 단순히 신용평가보고서 내용을 Copy and Paste 형태로 심사서 쓰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란 걸 이제 직원들이 잘 알고 있죠.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보고 질문도 많이 하는 심사역들입니다.


오늘은 은행 Credit 분석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어떤 프로세스로 심사를 하는지에 대해 은행 분석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해당 은행의 Credit을 분석함에 있어 눈에 띄는 지표가 몇 가지 보입니다.


가정을 세우고 질문을 Set Up 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오답이 계속 나오지만 그래도 계속해야 합니다.


틀리면 다른 가정을 세우고 답을 찾고, Evidence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반복.


 저는 이게 가장 이상적인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심사 관점을 확대할 수 있고 본인의 논리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지표를 보며 궁금했던 내용들 먼저 보겠습니다.


1. NIM이 왜 Peer Group 대비 낮은가?


2. 타사 대비 금융채 만기가 1년 6개월에 불과한데 이유는 무엇인가?


3. 해당 은행만의 Competitive Edge는 무엇인가?


모든 의문점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 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 저희가 어떤 식으로 심사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인 '낮은 NIM'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핀셋+] [우리금융] NIM 추락…수익성 방어 1.5% '마지노선' - 딜사이트


NIM이 낮다는 것은 크게 ①운용 자산 수익률이 낮거나, ②조달 코스트가 높다는 걸 의미하죠.


'자산 운용수익률이 낮다 → NIM이 낮다'라는 가정에서 먼저 시작해 볼까요?


일반적으로 가계금융여신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운용 수익률이 낮습니다.


반대로 기업금융의 경우 신용여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운용 수익률이 높다는 가정을 세웁니다.


여기서 관련 리스크는 배제.


객관적 데이터로 가정과 논리를 보완하기 위해 해당 은행 총자산에서 가계금융 비중이 기업금융보다 높다면 이 가정은 데이터로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해당 은행 신용평가보고서를 살펴보니 기업금융 비중이 60%, 개인금융 비중이 35% 정도 되네요.


우리가 세운 가정과 반대입니다. '틀렸구나'라는 걸 깨닫고 노선을 변경합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조달 코스트가 높다 → NIM이 낮다'라는 가정을 세워봅니다.


조달 코스트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아봅니다.


① 낮은 저 원가성 예금 비중, ② 낮은 BIS 비율로 인한 외부 차입 조달 (예수부채 및 은행채 발행) 비중 상승 등의 가정을 세웁니다.


저 원가성 예금 비중은 내부 자료라 접근이 제한적이지만 IR이나 기타 자료를 통해 파악해 봅니다.


타 은행 대비 저 원가성 예금 비중이 낮다는 걸 확인합니다. 유의미한 결론.


은행권, 저 원가성 예금 한 달 새 10조 원 급감···수익성 둔화 빨라질라 < 은행 < 금융 < 기사본문 - 시사저널e


다음으로 'BIS 비율이 낮다 → 자본 부족 → 높은 금융채 및 예수부채 조달 비중'이라는 논리를 세워 차입 코스트가 증가한다는 가정을 세웁니다.


이 가정이 맞으려면 '낮은 BIS 비율 → 낮은 NIM' 공식이 성립해야 합니다.


대상 은행 BIS 비율은 14%에 불과합니다.


4대 은행 중 하나인 KB의 BIS 비율보다 낮고 NIM 역시 KB 금융보다 낮기 때문에 일면 타당한 가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방은행으로 시각을 넓히니 이상합니다.


지방은행 BIS 비율 역시 14%와 차이가 없지만 이들 지방 은행의 경우 대상 은행보다 NIM이 높기 때문.


그렇다면 BIS 비율과 NIM의 상관관계는 일단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에 배제합니다.


DGB금융지주 BIS 비율 13.83%… 국내 은행권 최하위 - 매일신문


결국 차입 코스트 조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① 낮은 저 원가성 예금 비중만 가지고 갑니다.

두 번째인 금융채 만기가 1.5년에 불과한 것 관련한 의문점을 해결해야 합니다.


첫 번째 가정은 기업금융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채 조달도 단기로 하기 위함이라는 가정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금융은 1년 ~ 3년 정도의 듀레이션을 갖기 때문에 가계금융보다 듀레이션이 짧다는 것을 가지고 갑니다.


그런데 타 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비중이 가계금융 비중도 높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금융채는 3년 이상으로 발행합니다.


그렇다면 기업금융 자산 비중이 금융채 발행 만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은 힘을 잃어버립니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처음의 가정을 버립니다.


다시 새롭게 찾습니다.


이번에는 앞에서 살펴봤던 '낮은 NIM'에 포커스를 맞춰봅니다.


NIM 하락은 높은 조달 코스트에 의해 나오는 것이라는 설명에 '낮은 저 원가성 비중'만 Evidence로 추가했는데, 이번에는 장/단기 금융채의 금리 Spread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낮은 NIM이라면 이걸 개선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조달 코스트를 Save 하기 위해) 장기채보다는 단기채 위주로 조달을 한다는 가정입니다.


현재까지 이 Evidence의 적정성은 유효해 보입니다. 그럼 두 번째 의문점에 대한 근거 자료로 사용하고 심사서에 반영합니다.


조금 길긴 했지만 심사의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의문점을 파악하고 설명하기 위한 가정을 세우는 것, 그리고 Evidence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중간에 틀리는 것? 그리고 물어보는 것?


틀리는 거 부끄럽고 쪽팔리고, 그래서 질문하는 게 신경이 쓰인다면 제대로 된 심사는 불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부디 심사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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