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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Dec 16. 2024

조선업에 대한 투자심사

현대중공업, 후판 가격, 특수선

재밌는 기사와 함께 시작합니다.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4/12/06/OZ357GAUEJHMPFQIVCKOYP2RJE/


오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간산업의 대표주자, 조선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록 대형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하는 선박 금융을 취급해 본 경험은 없지만,


중소형 유조선이나 여객선, 어선 건조 자금 등을 심사 하면서 '생각보다 매력적인 시장' 이라는 생각을 늘 가져왔습니다.


좋은 기회가 생겨 조선업계 대표격인 업체에 실사를 가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 듣고 설명 듣는 것만큼 더 가치있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선업은 재무적으로 분석이 쉽지 않은 요인이 있는 분야라 오늘은 기록 차원에서 적어두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


아시다시피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입니다.


더불어 배를 건조하는 도크가 필수적인 장치산업이기도 하죠.


다시 말하면 이는 기업이 먼저 상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말이며,


동시에 도크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가 상당한 산업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결국 도크가 쉬지 않고 돌아가야지만 최소한 고정비는 챙길 수 있는 구조.


업계에서는 이걸 수주 잔고 연수라고 부르는데 보통 1.8년이 최저라고 합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수주 잔고가 1.8년이라고 하면, 최소한 1.8년 동안은 신규 수주를 받지 않아도 도크에서 작성해야 할 작업량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최근에는 물량이 밀어 닥치고 있어 평균 수주잔고가 약 3년을 넘어서고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될 듯.


두번째로는 환율 관련 이슈입니다.


업계 공통으로 수주는 달러로 받고 (USD), 비용은 자국 화폐 (Local Currency)로 지급하는 형국인데,


그러다보니 자국 화폐가치가 낮으면 업체 자체적으로는 유리한 상황이 된다고 합니다.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봐야 하죠.


참고로 수주를 받자마자 100%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해서 Full Hedge 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60~70% 정도만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한다고 하니, 나머지 40% 정도는 환율 변동성에 일정수준 노출이 되는 구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최근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고 있음을 감안했을때, 올해 실적은 환율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생각됩니다.


세번째로는 비용구조.


매출원가를 총 100이라고 했을때, 재료비가 60%, 인건비가 20%, 인건비성 경비 20% (아웃소싱 경비) 로 구성됩니다.


재료비 대부분이 후판 가격임을 감안했을때, 결국 후판 가격과 인건비에 크게 영향받는 구조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후판 가격은 원료인 석탄 가격과 연동이 되기도 하지만, 중국산이 많이 유입되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건비가 하락하는 경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 것 같고, 결국 매출총이익 부분에 있어서 Edge 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후판 가격의 하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번째로는 수주 사이클입니다.


이건 보통 선박의 내용연수를 같이 봐야 합니다.


보통 선박은 신조 후 15년 동안은 정상적으로 가동이 된다고 합니다.


15년이 지나면 잔고장이 나기 시작하거나 연료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고, 이게 심각해지면 중고선박으로 팔려 나가거나 개보수 작업 진행을 하게 됩니다.


핵심은 내용연수가 30년 이라는 점인데, 결국 30년마다 한번씩 수퍼 사이클이 돌아온다고 보면 될 듯.


역사적으로 보면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8년 이후로 신규 건조된 배들이 많았는데,


이 배들의 내용연수가 30년차인 2008년에 신조선 수주 가격이 2000년 이후 최고치를 찍은 걸 보면, 선박 내용연수와 조선업의 슈퍼 사이클이 결을 같이 하는 느낌입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2008년에 신조된 배들은 내용연수 30년을 감안하면 2038년 즈음에 조선업 Super cycle 에 진입하게 될텐데,


왜 벌써부터 조선업 경기가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핵심은 IMO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 있었습니다.


물동량이 많아짐에 따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노후선박과 디젤 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보니,


기존에 선사들이 운영하던 선박의 내용연수가 점점 짧아지게 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수혜를 선박제조업체인 조선업이 받게 되는 형국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합니다.


여기서 하나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선박을 구매해야 하는 해운사와 선박을 제조해야 하는 조선업의 관계와 환경규제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최대한 하나의 선박을 오래 운영하고 싶은 해운사에게 강화된 환경규제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 것이죠. 조선업은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고.


결국 해운사와 조선업의 제로섬 게임입니다.


관련된 환경 규제는 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 rating, EEXI 지수 (Energy Efficiency Existing-ship Index) 등이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더 찾아보시면 좋을 듯.


마지막으로는 회계적인 부분인데 부채비율에서 선수금, 그러니까 계약부채를 차감하고 봐야지만 정확한 재무안정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선수금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은 당연히 증가합니다.


다만 이걸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말.


선수금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그만큼 향후 매출로 전환될 수 있는 수주 물량이 많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추가로 선수금 규모와 함께 봐야하는 것이 수주 계약의 자금구조입니다.


건조자금의 50% 이상을 인도할때 받는 Heavy Tail 비중이 많은지,


건조 시작하는 시점에 대부분의 자금을 받는 Top Heavy 비중이 많은지 확인해 봐야 하는 포인트입니다.


이 부분도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 운전자금 부담 측면에서는 Heavy Tail 보다는 Top Heavy 가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면 굳이 Top Heavy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금을 미리 받는 대신 전체 수주 선가에서 10~15%를 할인해 줘야 하기 때문이죠.


재밌는 부분.


오늘은 조선업에 대해서 투자 심사 관점에서 간략하게 다뤄 봤습니다.


역시 '기간산업은 매력적이다'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계기가 되어준 듯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4061150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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