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는 왜 직업윤리를 이야기했을까?
출근은 하지만 연휴라는 생각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계속 올립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유퀴즈에 나와서 이야기 했던 걸 가만히 듣고 있자니 여러가지 생각에 빠진 하루입니다.
<유퀴즈> 등장! 이동진이 만점 준 영화 리스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무엇보다 "영화계에서 우정을 추구하면 직업윤리가 망가져요"라는 이 한문장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개인의 감정을 일에 결부시키면 안된다는 것인데, 돌이켜보니 저에게도 이런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심사역 업무를 하다 보면 매번 듣는 뒷담화가 있는데, 누군가는 '갑질한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뒤에서 지적질만 해댄다'고 수군대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럼 저는 되묻습니다. '니가 와서 해볼래?')
갑질이라 생각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죠.
그래서 그런 말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안하다'라고 답합니다.
사실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아마추어들의 컴플레인은 솔직히 무시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쪽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아는 사람의 대출을 맡는 경우'입니다.
요새는 세상이 좋아졌죠.
최근 주니어 심사역들은 마치 판사들처럼 이해관계인의 대출 심사를 맡게 되면 '회피나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말이지만...
당장 거액 여신이나 IB 딜 맡아서 심사할 수 있는 대체 인력이 없는데 기피 신청이라니요.
대신 들었던 말은 '이거 하나만 더 심사하고 휴가 가라', '이것만 처리해주면 다음번에 쉬게 해줄께' 정도였죠. ㅎ
예상하셨겠지만 아는 사람 대출이면 더 빡빡하게 봅니다.

이유는 '내가 아는 사람이 나 때문에 부실여신에 빠져서 커리어를 망치는 꼴은 절대 보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랜기간 알아온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일을 할 때는 왠만하면 밥도 안 먹으려고 노렵합니다.
특히나 구조가 복잡하거나 승인나기 힘든 건이라고 하면 더욱 행동을 조심하죠.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보면 서운해합니다.
반대로 잘 아는 사람들은 '시기가 시기이니' 업무적인 일 외에는 전화도 서로 하지 않습니다.
...
과거 신입사원 시절, 팀장으로 모셨던 모 부장은 부결 통지했다고 그날 저녁에 전화해서 '너가 이럴 수 있냐, 서글프다'라고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이후 해당 기업이 기업회생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그때 전화 한통 없이 외부에 '본인이 사전적으로 부실여신을 잘 골라냈다'고 떠들고 다니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아 식별이 되기 때문이죠.

반대의 케이스도 있습니다.
지금은 임원 커리어를 밟고 있는 모 본부장님은 본사에서 팀장으로 모셨습니다.
이분은 술자리에서는 편하게 만나는데, 일로 만나면 엄청 조심스러워합니다. (참고로 여성입니다. -,.-)
본인이 추진한 딜의 담당 심사역이 제가 되면 유독 좋아하는데, 이유는 승인이 될 거라서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바빠서 못봤던 거, 확실하게 걸려줘'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를 너무 본인 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이분은 남들과 다릅니다.
승인해줬다고 선물 보내주고 술자리 잡아주고 그런 거?
안합니다.
대신 부결하면 그날 곧바로 스타벅스 쿠폰을 날립니다. 그리고 멘트는 늘 동일.
'사전 부실차단 감솨!~술이나 먹자. 죽었어. 넌'
이제는 다른 조직에서 근무해서 1년에 한두번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저는 이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 광고 카피가 생각나네요...참고로 이거 아는 사람은 MZ 아님)
...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 있죠.
문제는 말은 쉽지만 행동은 늘 그렇듯이 어렵다는겁니다.
'무슨 거창한 일 한다고 직업윤리까지 따지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을 줄 압니다.
다만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잘하고 싶습니다.
그것뿐입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이동진 평론가에 감사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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