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기 위한 휴학이 어느새 일로 가득 찼던 휴학
학교 동기들이 하나둘씩 휴학을 시작했다. 동기들에게 휴학 후 일상에 대해 물어보자, 2년 동안 쉬지 않고 공부와 일을 했던 보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의 일상을 말해줬다. 그게 너무나 부러웠다.
그 길로 휴학을 결심했다. 명목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휴학을 결심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저 놀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경주에서 먹혔던 전공과 관련된 이력서들이 서울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냥 사무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행을 떠나려는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큰일이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휴학했다고 뒹굴거리지 말고 뭐라도 하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용돈을 하나도 주지 않겠다는 말씀과 말이다. 아르바이트 하나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괜히 휴학을 했나 하며 생각했다.
그것도 이내 이렇게 누워만 있다고 이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 한 뒤 원래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길로 학창 시절 꿈꾸던 직업인 바텐더로 취업을 결심했다. 운이 좋게 집 근처에 있는 칵테일 바에 취업이 결정되었다. 매니저님은 아무런 경력도 없는 나에게 그저 호텔과여서 뽑았으니 알아서 잘 성장해보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곳에서 오래 일할 생각은 없었다. 밤에 일을 했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딱 유럽 여행을 갈 만큼만 돈을 벌고 나오자는 생각뿐이었다.
계획은 완벽했으나 사회는 완벽하지 않았다. 모두가 아는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바로 코로나다. 코로나가 막 시작된 당시 었기 때문에 모든 국가의 여행은 사실상 금지되었다.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려질 때였기 때문에 바텐더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분명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을 위한 휴학이었는데, 꼼짝없이 일만 하게 생겼다. 바텐더로 평생을 먹고살게 아니었는데 뭔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게 원하던 게 맞나 생각했지만,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보고 '이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며 금융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목적 없는 휴학 생활을 1년간 보냈다. 그 당시 했던 바텐더의 일을 후회하냐고 물어보면 당연하다고 대답한다. 의미도 없이 돈만 좇는 생활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매달 월급의 10%도 쓰지 않으면서 늘어나는 통장의 잔고만 바라보는 것도 잠시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돈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나에게 해주는 의미 있는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돈만 좇다가 현재 건강을 잃어버린 삶을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