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봄에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했다.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미련이 가득한 생각이 밀려온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예측된 이별이라 그 순간이 와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자만했는데 봄에 이별을 하고 차가운 바람이 그 봄날의 온도를 밀어내는 이 순간에도 마음속엔 미련이 가득하다.
하루는 꿈속에서 아버지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그 모습이 무척이나 선연하게 떠올라서 아버지가 떠난 것이 거짓처럼 느껴졌다. 꿈속에서라도 만났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크게 움직여서일까. 꽤 오래전에 꾼 꿈인데도 그날의 꿈은 여전히 종종 떠오른다.
가끔은 아버지가 원래 이 세상에 없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생각보다 빠르게 그의 흔적을 지워가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고 여전히 그렇다. 그의 흔적을 정해진 시간에 정리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나오고, 그 흔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의 서류가 필요하다. 차분히 해내면 금방이라도 해낼 수 있는 일이지만 하나하나 정리할수록 점점 더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구름 가득한 바다처럼 변해갔다. 밝은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회색빛만 가득한 그런 바다처럼.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들을 마주친다. 아버지와 비슷한 체형에 아버지와 비슷한 옷차림을 한 중년 남성을 보면 뒷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어느 날은 아버지와 너무 비슷한 중년 남성이 먼발치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놀라서 우두망찰 서 있었다. 벚꽃 만개한 날 떠난 아버지를 찬바람이 부는 지금까지 한 걸음도 떠나보내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은 짙어지고 미련은 강하게 남는다.
그래도 애써 살아간다.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눌러 한참을 담아두었다가 아버지를 보러 갔다. 마음속으로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고 편지를 남겼다. ‘이렇게 찬 바람이 부는 날은 아버지와 따끈한 국물에 한 잔 하고 싶네요’라고. 가끔 이렇게 한껏 그리움을 쏟아내고 나면 그리움은 잠시 덮어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달릴 힘이 생긴다. 이렇게 애써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