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현 Jun 13. 2022

나에게는 퇴사가 정답이었다.

퇴사 후 달라진 나의 삶

남들이 사는 삶처럼

다른 사람들이 취직할 즈음에 나도 취직을 했다. 사실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더 맞을 거 같기도 하다.

남들이 사는 것 같이 살아야 할 거 같고, 이때 이런 것을 하니까 나도 이것을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디엔가는 꼭 소속이 되어야 할 거 같았다. 소속되지 않으면 나만 뒤 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고는 했다. 그렇게 나는 회사라는 곳으로 도망치듯 취직을 했다.


들어간 직후는 안정감도 있고, 나도 어디엔가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사람들을 만날 때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나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다.


잘 다닌다고 생각했던 회사는 3년이라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나오기로 결심했다. 퇴사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퇴사라는 선택은 정말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 당시에는 너무 불안하고 맞는 선택인가? 이제 와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도 괜찮은 건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추억처럼 이야기하지만, 퇴사 당시의 나는 현실이었고 나의 인생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까지 들었었다.

아마 3년 차에 그만두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도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3년 이후의 시간은 더 안정감이 들 것이고 변화가 더 두려웠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참 잘한 거 같다.


퇴사를 하고 나는 완전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어디엔가 소속되는 것이 아닌 나는 나로서 살아가면 나 자신에게 소속감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나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퇴사는 사실 1년 차부터 고민을 했다.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은 있었지만,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어서 나의 감정을 무시하고 살았었다. 이때까지는 정말 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맞나 싶기도 하다. 내가 정말 퇴사를 해야겠다고 결정을 하고 실행하고 퇴사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1주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나의 고민의 시간들이 정말 의미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퇴사의 절차를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들 불평하면서 다니는 회사 나도 그렇게 3년을 다니고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인 줄 알았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다. 튀지 않고 그냥 무리에 섞여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남들과 같이 살다가 3년 차에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퇴사의 결정적 이유였다. 근무하던 도중에 갑자기 배가 미친 듯이 아팠다. 도저히 근무를 하지 못하겠어서 반차를 쓰고 병원에 갔다. 오전부터 아팠지만 회사는 나가야 했기에 그냥 출근했는데, 근무 도중에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위염이라고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이었다.


나에 대해 몰랐던 날들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잘 풀고 있는 줄 알았다. 정말 잘 해소하고 잘 다니고 있는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이라는 말에 사실 조금 충격을 먹었다. 욕하면서 불평하면서 그렇게 풀리는 줄 알았는데 사실 욕과 불평을 나 스스로에게 하면서 누르고 참으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아닌데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풀린다고 생각하면서 욕한 것이다.


병원에 링거를 맞고 누워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 거 같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 대한 생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짧은 시간에 후루룩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고 나는 회사에 잘 적응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했다. 단순히 나는 스트레스를 못 푸는 것뿐이고 회사는 잘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매달 들어오는 안정적인 금액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 생각은 계속 이어졌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풀면서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아니라 회사 밖으로, 퇴사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또 아플 것만 같았다.


어떻게 되든 난 나가서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을 한 이후에는 생각보다 쉬웠다. 어려울 것만 같았는데, 퇴사를 선언하고 나니 모든 것이 후련하고 편안해졌다. 왜 그렇게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위염은 괜찮아졌다. 꽤 병이라고 생각할 만큼 나는 퇴사를 결정하고 퇴사한 이후에 몸 상태는 좋아졌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때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정답이 퇴사가 아닐 수도 있다. 회사 안에서도 정답을 찾을 수 있지만, 나는 회사 안이 아닌 나의 일을 하면서 정답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나에게는 퇴사가 정답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기 발견이라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