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설이라면 가리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4권의 책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191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격동의 역사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충실히 살아내려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촘촘히 엮인 역사적 사건 위에 옥희, 연화, 정호, 한철 등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삶이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인물들의 성장과 고난, 성공과 실패가 저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몰입했달까요, 그래서인지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했던'이 책의 정든 인물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마치 알고 지낸 사람과 이별하는 것처럼 섭섭했던 기억도 납니다.
"삶은 견딜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 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에"
책의 말미에 나온 문장인데, 얼마나 큰 감동을 느꼈는지요.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진결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소설은 1910년대 일제강점기, 하와이 농장으로 일하러 떠났던 남성들이 조선에 사진을 보내 신부를 찾았던 실제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주인공인 열여덟 살 소녀 버들과 동무들은 사진신부였어요. 이들은 도망친 것일까요? 팔려간 것일까요? 적어도 버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삶과 꿈을 좇아 제 발로 조선 땅을 떠나기로 결심한 용기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고달픈 것 투성이인 타향살이에서 한 발 한 발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뭉클하면서도 당당하게 펼쳐집니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떠난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서사라는 소재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유쾌하면서도 먹먹한 이야기의 톤도 마음에 들었어요. 결코 도망친 것도 팔려온 것도 아니라는 것을, 용기 있게 증명하는 당찬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독립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였던 실존인물 강주룡의 삶을 다룬 소설입니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 제목의 '체공녀'가 도통 무엇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책의 끝에 다다라서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부록에 실린 실제 강주룡의 사진을 보았을 때의 깨달음과 함께 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가 노동 운동사에 남긴 일의 의미를 차치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목도하는 것 또한 이 소설의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상 심사평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쓸데없이 비장하지 않고 자기 연민이나 감상에 젖지 않는' 인물이 시사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내면의 단단함과 꿋꿋함이 무엇인지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구성이 색다른 소설입니다. 앞서 소개한 '체공녀 강주룡'처럼 한 인물의 일대기가 쭉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작은 땅의 야수들'처럼 여러 인물들의 삶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서른두 살 주인공 지연이 두 발을 땅에 딛고 서 있기까지, 백여 년 전부터 살아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손에서 손으로 소중한 물건이 전달되듯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증조할머니에서 할머니로, 할머니에서 엄마로, 엄마에게서 지연에게로, 그리고 다시 지연에게서 증조할머니로 말입니다.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득이 연결되어 온 서사 속에서 저마다의 슬픔과 상처를 돌아보고 그럼에도 살아감을 경험하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분절되고 개인화되는 세상 속에서 위로와 연대를 이름 모를 이웃이 아닌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해소했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지나간 세월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역사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의 뭉클함을 함께 느끼는 가을이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