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팀장의 찐 리더 되는 법
팀원과 점심 식사를 하고 사무실에 돌아가는 길이 었다.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다가 회사 이야기가 나왔는데 팀원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팀장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짧은 말 한마디지만 회사에 대한 불만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팀원들이 속마음을 평상시에도 이렇게 말해 주곤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들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제뿐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계획, 시시각각 변하는 일정, 과도한 업무 그리고 인간관계 문제 등..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점을 지적해서 진땀 뺀 경우도 있다. 소신발언을 듣고 속앓이를 할 때도 많지만 이런 팀원들이 밉지가 않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고마운 회초리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오랜 유교문화 탓인지 한국인은 특히 소신발언을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회사를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회사가 커질수록 보수적이고 수직적으로 변하면서 소신껏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직장 상사가 강압적이거나 소통이 안 되는 타입이라면 자신의 의견을 내기 더욱 힘들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사무실 그리고 팀장의 목소리만 회의 내내 들리는 그런 회사. 경직된 분위기가 회사 내에서 만연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조직원의 속은 곯아 가고 결국 조직은 병든다. 최악의 경우 줄퇴사가 나올지도 모른다.
팀장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개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팀장이라도 자만과 독선에 빠져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언제든 팀을 위험에 쳐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누군가는 “아니오”라고 말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리더가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할 때 따끔한 말 한마디를 해주는 ‘악마의 변호인 (devil’s advocate)’ 같은 팀원 말이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자신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동생 로버트 케네디에게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겨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해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역할을 해준다고 상상해보라. 그들의 소신발언 덕분에 조직은 건강해지고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팀원의 진솔한 생각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자주 하기 (예, 이메일, 사내 메신저, 주기적인 면담과 점심 식사같이 하기 등)
팀장부터 공감하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기
팀원의 고충을 외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조치 취해주기
어떻게든 팀원들과 대화 시간을 늘려야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형식적인 대화는 안된다. 팀장부터 진솔하게 대화에 임해야 팀원들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한다.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되는가? “아,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같이 맞장구만 잘 쳐줘도 팀원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점을 꼭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는데 전혀 변화가 없다면 팀원들 마음이 어떨 거 같은가. 입을 꾹 다물기 시작할 것이다. 어차피 말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불만러가 되기보단 포기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팀원의 고충을 들었다면 팀장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행동들이 쌓여 나갈 때 팀원들의 마음의 문이 열릴 것이다.
끝으로 팀장도 중간관리자로서 소신발언을 상사에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많은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 상사에게 밑 보이기 싫어서 무조건 “네”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팀원들을 어두운 바다에 빠뜨리는 행동이다. 세월호의 선장과 다를 바 없다. 문제를 절대 외면하지 말라. 진짜 리더라면 상위 보직자에게 때론 쓴소리도 해야 한다. 그것이 곧 내 상사를 위한 길이오, 나의 조직을 살리는 일이다 (이것이 곧 내가 살 길이기도 하다).
팀장이 되면 팀원의 솔직한 의견이나 불만을 감사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쓰디쓴 소신발언은 알고 보면 달콤한 명약이다. 거기에 팀을 이끌 해답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자, 리더들이여. 이제 들을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