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ney Jun 26. 2024

대학원에 온 걸 후회하시나요?

꿈과 대학원 사이의 거리의 제곱합의 평균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전기 신입생 분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중 몇몇 분들은 입학 이후 한 달 남짓이 지남과 동시에 대학원에 입학한 것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하셨다. 내가 왜 대학원에 왔지, 이것은 잘한 선택이었을까? 내게 대학원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으시냐 물으시던 분도 계셨다.


글쎄, 탈도 많고(물론 혼자서 난 탈이었다) 말도 많고 과제도 많았던 대학원 생활이었고, 분명 그 속에서 속절없이 흔들리던 나는 이 스콜성 기후를 뚫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을 참 많이도 했더랬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고민을 하면 할수록 박사 유학이 아닌 다른 길로 이끌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도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어쩌면 대학원에 온 것을 후회하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큰 고민 없이 내놓았던 대답은 "아니요, 후회는 하지 않아요."였다. 어떤 선택이든 많은 고민 끝에 나에게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지를 고르려 노력하기에, 그 결과들은 굳이 돌아보려 하지도 않고 후회하려 하지도 않지만, 그런 이유에서보다도 대학원에서는 얻은 것이 더 많았다고 느꼈다. 


보다 분명히 말하면 대학원에서의 생활, 그리고 그 생활을 살았던 나의 삶에서 얻은 것들이 많았다. 명확한 꿈이나 거창한 목표의식은 없이 들어왔던 대학원. 그렇기에 고민이 해결되기는 커녕 더 깊어졌던 대학원 생활이었지만, 그럼에도 1년 즈음 지나서 돌아보니 나는 제법 성장해있었음을 느꼈다. 이건 분명한 성과였다. 1년 전의 나는 확신이 부족한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러웠고, 내게 부족한 모습을 가진 다른 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 후의 나는 좀 더 단단해졌고, 어찌 되었든 나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리라는, 그리고 어찌 되었든 무엇을 하든 그런대로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그런 분명한 확신도 생겼다. 삶을 살아가며 어떤 가치들이 내게 중요한지,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떤 순간들로 꾸려나가고 싶은지에 대한 나름의 이정표도 세울 수 있었다. 내가 몰랐던 나의 외향적인 면모도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매일 체감하며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몰아치듯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스스로 돌아볼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생겼을 때,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때, 그냥 그럴 때면 새삼 느껴진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지만, 스스로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자주 아프겠지만, 때로는 잠시 시간을 내어 나의 성장을 체감해보는 순간이 필요하다.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많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흘렀을 때의 모습은 지금보다 분명 괜찮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연구의 제목을 입력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