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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an 20. 2024

환대의 마음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지성사, 2022)를 읽고

 '사람'이란 무엇일까? 보통 '사람'이라고 하면 고차원적 사고(책에 등장하는 피터 싱어에 따르면 "시간을 감각할 수 있는")가 가능한, 비인간동물들과 구별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람, 장소, 환대>(2022, 문학과지성사)에서는 '사람'을 다르게 정의한다.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이는, 타인이 동의하는 그 사람의 자리가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의와 인정은 환대를 통해 생긴다. 즉, '사람'은 '환대'를 통해 사회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근대 철학자들의 사상 위에 자신의 생각을 단단히 세운다. 태아, 노예 등 과거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예시들을 제시하여 독자들이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또한 패터슨, 아렌트, 고프먼 등의 논의를 통해 '사람'이 '장소'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설명한다. '사람'은 사회라는 '장소'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사람'의 개념은 장소성에 의존한다. 마지막으로 푸코, 베카리아, 공리주의자들의 의견에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하면서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적대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환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의 제목인 사람, 장소, 환대가 서로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의 사고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이 책의 개념들은 주변의 여러 문제들을 우리의 눈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환대, 사형제도 폐지를 통한 재소자의 인권 보장,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비인간성 등등. 사회 전체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충돌을 각각의 관념들과 연결 지어 생각하다 보면 급변하는 시대에서 우리도 언젠가는 타인의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깨닫는다. ​​

​세계화의 진전 속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284쪽


 저자의 말처럼 제한된 지구를 두고 사람들은 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다. 점점 더 타인에게 날을 세우고,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한다. 사회에서 난민, 이주민이 성원권을 얻음으로써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회란 본디 절대적 환대를 통해 성립한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209쪽)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과거에 타인의 절대적 환대를 받아 이 자리에 사람으로 존재한다. 물론 이 책의 '무조건적인 환대는 매우 이상적인 이야기이며 실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절대적 환대'는 사회가 만들어지기 위한 필수조건이며 우리도 그런 환대를 통해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환대의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환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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